"일본·이탈리아 등에서도 갈등…연대로 해결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용산기지를 찾은 국제법률가단체 대표단이 세계 여러 국가에서 미군기지 주둔 관련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피해를 보는 국가들이 연대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와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 대표단은 25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마을 작은도서관 고래이야기'에서 인근 주민들이 주축이 된 '용산미군기지 온전히 되찾기 주민모임'과 간담회를 열고 "여러분의 경험에 공감이 간다"며 "우리의 힘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는 전 세계 법률가들의 교류를 촉진하고 인류·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1946년 프랑스 파리에서 창립한 단체다.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은 인도와 일본, 네팔, 파키스탄 등의 인권 변호사, 판·검사 등이 모여 2016년 네팔 카트만두에서 설립됐다.
이번에는 준 사사모토(일본) 국제민주법률가협회 집행위원 겸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 사무총장과 미콜 사비어(이탈리아) 국제민주법률가협회 유엔 대표가 한국을 찾아 용산기지 주변 주민들의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미군기지는 애초 평택으로 완전히 옮겨질 예정이었으나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한미 양측의 협의에 따라 한미연합사령부가 용산에 남았다.
준 사무총장은 "일본 오키나와에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기지를 만들었는데, 이후 비행기 추락 사고도 잦아 현지 사람들이 미군을 상대로 소송을 많이 걸었다"며 "미군 부대에서 생화학무기를 발견했는데 관련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등 한국과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사비어 대표 역시 "전 세계 70개국에 800개 이상 미군기지가 있고 그중 한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에 집중돼 있다"며 "미군이 장난한다고 아이들을 20명 죽인 적 있었는데, 협정 때문에 미군들이 처벌받지 않고 귀국한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군기지를 둘러싼 문제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정의를 위해 투쟁하는 주민들께 박수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주민모임 측은 미군기지 오염 문제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문제가 발생해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등 때문에 미국에 제대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최명희 씨는 "미군 기지 안이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 주민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나중에 미군이 용산기지를 반환한 후 최악의 상태로 남겨져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당장 피해가 없더라도 주민들이 생활하는 곳과 인접해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간담회에 앞서 준 사무총장과 사비어 대표는 이태원부군당역사공원, 이태원광장, 구 유엔사부지 등 용산미국기지 주변 지역을 답사하며 이태원부군당역사공원에 세워진 유관순 열사 추모비를 둘러보고 용산기지의 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준 사무총장과 사비어 대표는 이튿날인 26일에는 평택 미군기지를 둘러본 후 주민들과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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