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임대주택, 청년 입주자 만족도 높고 문의·신청 증가세
전세임대주택도 인기…매물 구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청년 매입임대 주택의 장점은 뭐니 뭐니 해도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죠. 청년 임대주택이 없었다면 서울에서 절대 이 돈 주고 투룸에 못 살았을 거예요."
지방에서 거주하다가 올해 서울에 있는 청년 매입임대 주택에 입주한 손소희(23·스타일리스트) 씨는 26일 연합뉴스에 이같이 말했다.
청년 매입임대주택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지방자치단체가 다가구 주택 등을 직접 매입해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생이 시중 전세가 30% 수준의 저렴한 보증금과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청약주택저축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으나 대학 재학생 및 졸업 2년 이내의 취업 준비생, 19∼39세 청년으로 입주 대상자가 제한된다. 또 1∼3순위는 다른 지역 출신에게 돌아간다.
손 씨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서울로 취직자리를 알아보던 지난해 11월 LH의 청년 매입임대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를 보고 서울 중랑구에 있는 전용면적 27㎡의 여성 전용 빌라에 입주 신청을 냈다. 작은 거실에 2개의 방이 있는 집이었다.
그는 지난 2월 말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4만6천원의 계약을 맺고, 4개월여만인 지난 3월 중순께 이 집 입주에 성공했다.
손 씨는 "계약 조건이 서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저렴한) 보증금과 월세여서 너무 기뻤다"며 "선택할 수 있는 주택은 LH가 매입한 강북권의 주택이었지만, 선택의 폭도 생각보다 넓었다"고 말했다.
또 "주택공사를 통해 계약하니 마음이 편했다"면서 "부동산과 집주인은 최대한 본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반면, 주택공사는 돈을 떼가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도와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청년 매입임대 주택 입주는 준비하는 과정이 쉽진 않지만, 그만큼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더 많은 청년이 이 제도를 알고 신청해 혜택을 누리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가 2017년 11월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본격적으로 나선 이 사업은 시행 초기부터 입주자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면서 문의와 신청도 증가세다.
LH에서 한강 이북 14개 구를 담당하는 서울 중부권 지사가 지난 1월에 낸 청년 매입임대주택 입주자 공고에서는 116실 모집에 3천454명이 몰리기도 했다.
LH 서울 중부권 주거복지지사 상담사 손미선 주임은 "청년들이 전화 문의를 많이 하고, 지사를 직접 방문해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며 "청년 매입임대는 자부담해야 하는 보증금 100만원 정도로 저렴하고, 책상·의자·세탁기 등의 가구 옵션도 들어가기 때문에 홍보가 되면 더 많은 청년이 신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입임대주택과 더불어 대표적인 청년 임대주택으로 자리를 잡은 전세임대주택도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충북 진천이 고향인 김원태(27) 씨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해 상경한 뒤 2015년까지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같은 해 12월 친구의 추천으로 LH를 통해 강북구 수유동에 있는 전용면적 48㎡의 전세임대주택에 들어갔다.
전세임대는 본인이 희망하는 전셋집을 물색해오면 LH가 지역별 전세금 지원 한도(수도권 1억2천만원, 광역시 9천500만원, 기타 지역 8천500만원) 내에서 전세보증금의 95%를 지원한다. 입주 대상 조건은 청년 매입임대주택과 같다.
김 씨는 "그간 계속 자취를 하고 싶었는데 비싸서 못했다"면서 "기숙사비도 보증금만 없다뿐이지 월 40∼50만원씩 들어가서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김씨가 전세임대주택으로 고른 곳은 전세보증금이 6천만원이다. 김 씨는 전세보증금 가운데 200만원만 부담하고, 보증금 6천만원에 대해 연 2.4%의 이율로 임대료만 매달 약 12만원씩 LH에 납부하고 있다.
김 씨는 "서울에서 월세를 매우 저렴하게 사는 기분"이라며 "집을 잘 구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지만, 주거여건도 기숙사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이어 "LH에서 법무사를 대리 계약자로 내세워 계약할 때 입주자, 법무사, 집주인, 부동산 등 4자가 함께 앉아 계약했다"며 "LH가 부동산중개료도 대신 내주고, 오래된 집에 입주할 경우 도배와 장판 비용도 지원해준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세임대주택은 상대적으로 매물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김 씨는 "LH에서 내세우는 계약 조건 때문에 전세임대가 가능한 주택이 생각보다 제한적"이라며 "LH가 집주인에게 요구하는 서류가 일반 전세보다 많아 집주인이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 "현재 사는 집을 구하기 위해 전화를 100통 가까이 돌렸다"며 "품이 굉장히 많이 드는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LH에서 전세임대주택 공급을 담당하는 허은자 차장은 "청년 전세임대주택의 문제점은 대학가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학교에서 도보로 15분 이내의 거리에 있는 주택에 들어가기를 선호하면서 전세임대주택을 구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허 차장은 "2000년대 초반 대학생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시작된 이래 공공임대로 집을 구한 대학생들이 계속 누적되면서 대학가 근처에 집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기관별로 중복되는 청년 주거정책을 통합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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