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외무부는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지난달 말 유엔 회의 참석차 뉴욕을 방문했을 때 미 상원 정보위원회 소속 다이앤 페인스타인(민주당) 의원을 만났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압바스 무사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리프 장관은 이른바 'B-팀'이 미국 정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페인스타인 의원을 만났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3일 페인스타인 의원과 자리프 장관이 만나 저녁을 먹었고, 이 만남을 미 국무부와 상의했다고 보도했다.
무사비 대변인은 이 보도의 진위를 묻는 말에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B-팀은 이란에 대해 적대 정책을 주도하는 인물을 이란이 일컫는 용어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위시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무함마드 빈 자예드 UAE 아부다비 왕세제를 뜻한다.
이들의 이름에 알파벳 'B'가 모두 포함된 점에 착안해 작명됐다.
페인스타인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대체로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미국과 갈등이 첨예한 국면에서 미국 정치인과 비공개로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란 보수 세력은 강하게 비판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소속의 셰예드 모하마드 호세인 나가비 호세이니 의원은 25일 "미국은 이란을 겨냥해 전면전을 꾸미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의원을 만난 이유가 무엇인지 자리프 장관이 의회에 설명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무사비 대변인은 "행정부에 속하지 않은 미국 정계의 주요 인사를 만나 의견을 나누고 이란의 정책을 일깨우는 것은 지난 20여년간 계속된 일이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란이 접촉했던 미국 정계 인사는 행정부 관료나 이란과 협상하는 임무를 맡은 이들도 아니었다"라며 "이란은 그 인사들과 협상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협상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리프 장관은 바쁜 일정에도 미국 정계에 대한 B-팀의 로비에 맞서려고 페인스타인 의원을 만났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매파가 이 만남을 비판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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