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오늘 종료…유럽의 미래, 주사위는 던져졌다

입력 2019-05-26 07:00   수정 2019-05-26 23:01

유럽의회 선거 오늘 종료…유럽의 미래, 주사위는 던져졌다
獨·佛·伊 등 21개국 투표…승패 판가름할 '슈퍼 선데이'
밤 11시께 개표 시작…극우·포퓰리스트정당 미풍? 돌풍?
28일 EU 정상회의, 차기 EU 지도부 선출 논의 본격 착수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의 입법기관인 유럽의회를 구성하는 75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유럽의회 선거가 26일 종료된다.
선거 나흘째인 이날엔 독일(할당 의원 수 96명)과 프랑스(74명), 이탈리아(73명), 스페인(54명), 폴란드(51명) 등 EU 소속 21개 회원국에서 투표가 실시된다.
앞서 지난 23일엔 영국(73명)과 네덜란드(26명), 24일엔 아일랜드(11명)와 체코(25일까지 실시,21명), 25일엔 라트비아(8명)와 몰타(6명), 슬로바키아(13명) 등에서 투표가 진행됐다.
26일 21개국 투표에선 유럽의회 의원 751명 가운데 79.0%인 593명을 선출하게 돼 이번 선거의 승패를 판가름하는 '슈퍼 선데이'로 꼽힌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의 유권자 수는 4억2천700만명으로 인도, 중국에 이어 세계 3번째 규모지만 최근 투표율은 각 회원국의 총선이나 대선 투표율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등 저조했다.
처음 선거가 실시된 지난 1979년 투표율이 61.8%를 기록했으나 이후 계속 떨어졌고, 지난 2014년엔 42.6%에 그쳐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은 EU에 대한 회원국 국민의 관심과 신뢰의 척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표율이 이번에 역대 최저치를 갈아 치울지, 반등할지도 관심 대상이다.
EU 28개 회원국은 이날 오후 11시 이탈리아를 끝으로 전체 투표가 마감되면 곧바로 회원국별로 개표를 시작해 선거결과를 공식 발표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는 지난 2015년 본격 시작된 유럽 난민사태와 지난 2016년 6월 EU 역사상 처음으로 영국이 EU를 탈퇴(브렉시트)하기로 결정한 이후 유럽 전역에서 처음 열린 선거여서 표심의 향배가 주목된다.
선거 시작 전까지 반(反)이민·반(反)EU를 내세우는 극우·포퓰리스트 정치세력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지지를 얻으며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일각에선 극우·포퓰리스트 정당들이 중도 우파인 유럽국민당(EPP) 그룹, 중도좌파인 사회당(S&D) 그룹과 함께 유럽의회 내 '3대 정치세력'으로 부상하며 유럽 정치권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진입할 것으로 관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초반 선거 출구조사에선 극우·포퓰리스트 정당의 바람이 당초 예상만큼 거세게 불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들의 폭발력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지, 막판 돌풍으로 되살아날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이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5년 임기인 유럽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향후 5년간 EU를 이끌어간 지도부를 구성하는 문제를 공식 논의하는 출발선이라는 점에서 EU의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라고도 할 수 있다.
28개 EU 회원국 정상들은 선거 이틀 후인 오는 28일 브뤼셀에서 비공식 정상회의를 갖고 이번 선거결과를 토대로 EU의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향후 EU 지도부 선출에 대한 논의를 공식 시작한다.
EU는 지난 2014년부터 유럽의회 선거결과를 차기 집행위원장 선출과 연계토록 함으로써 EU 집행위원장을 회원국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효과를 가미했다.

이에 따라 집행위원장 후보 추천권을 가진 28개 EU 정상회의는 유럽의회 내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치그룹의 '대표후보'(슈피첸칸디다텐)를 '집행위원장 1순위 후보'로 고려하게 된다.
현재 집행위원장 후보 경쟁에선 EPP의 대표후보인 만프레드 베버 유럽의회 의원과 S&D의 대표후보인 프란스 티머만스 EU집행위 부위원장, 새로운 정치그룹을 모색하는 극우·포퓰리스트 정당의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등이 3파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일부 회원국 정상들은 '슈피첸칸디다텐'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 집행위원장 후보 논의 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EU 정상회의는 내달 20~21일 열리는 정례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를 확정해 유럽의회에 추천할 예정이며 7월 2일 개원하는 제9대 유럽의회는 7월 중에 본회의를 열어 집행위원장 후보 인준투표를 할 방침이다.

집행위원장은 유럽의회 본회의 투표에서 과반수(376명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집행위원장으로 공식 선출된다.
이후 집행위원장은 각 회원국 정상들과 협의, 회원국별로 1명씩 집행위원 후보를 추천받아 집행위원단을 구성한 뒤 유럽의회 청문회와 본회의 인준투표를 거쳐 오는 11월 1일 새로운 집행위원회를 공식 출범하게 된다.
EU 정상회의는 집행위원장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EU를 대표하는 EU 정상회의 의장, 입법기관을 대표하는 유럽의회 의장,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의 선출 문제도 아울러 논의하게 된다.
EU는 이들 '빅5' 인선을 결정할 때 지역은 물론 정치적 이념, 초기 회원국과 후발 회원국 및 큰 나라와 작은 나라 간 조화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하게 되기 때문에 EU 집행위원장 선출은 나머지 4명의 인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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