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추진 '인도지원' 직접거론 첫 반응…"전쟁책동 매달리며 생색"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 선전매체들이 인도주의적 지원은 '비본질적·부차적'인 문제로, 이를 내세우는 것은 여론 기만이라며 남측 당국이 '근본적인 문제'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대북 인도적 지원 추진을 공식화한 뒤 북한 매체가 '인도주의적 지원'을 직접 거론하며 반응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26일 '근본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남측이) 근본 문제들을 제쳐둔 채 그 무슨 인도주의 지원과 교류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북남관계 발전이 아니라 저들도 북남선언 이행을 위해 할 바를 다하는 듯이 생색이나 내고 여론을 기만해보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매체는 남측이 "중지하기로 한 외세와의 합동군사연습을 계속 벌리는 등 은폐된 적대 행위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그러한 불성실한 자세, 비뚤어진 행동들이 여론의 비난을 자아내자 최근에는 그 무슨 인도주의 지원과 비정치적 협력 교류에 대해 떠들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부차적이고 시시껄렁한 인도주의 지원과 비정치적 협력 교류나 좀 한다고 일이 제대로 풀릴 수 있겠는가"라며 "북남선언에 제시된 근본적인 문제들을 성실히 이행하는 실천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대남 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도 전날 남측이 '외세와의 전쟁책동'에 계속 매달리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인도주의적 지원과 협력 교류와 같은 비본질적이고 부차적인 문제들을 꺼내 들고 마치 교착 상태에 처한 현 북남관계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듯이 생색을 내고 있다"고 거론했다.
그러면서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북남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평화, 번영을 바란다면 그 무슨 인도주의적 지원이나 협력 교류와 같은 문제나 내들 것이 아니라 민족 앞에 확약한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이행하려는 결심과 의지를 똑똑히 밝히고 선언들에 들어있는 기본 문제부터 성실하게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 12일 다른 선전매체 '메아리'에 "'인도주의'니 하며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나 하는 것은…"이라며 대북 인도지원 논의를 염두에 둔 듯한 글을 게재한 바 있다.
그러나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남측의 대북 인도지원 추진에 정면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보다 직접적 대응에 나선 셈이다.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 등을 '근본문제'로 제시하며 인도적 지원에 거부감을 드러낸 데는 궁극적으로 남북관계 교착을 풀려면 남측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북한은 이번에도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등 공식매체나 국가기구 명의 입장을 내지 않고, 기자의 글 또는 언론인 투고 형식으로 선전매체에 글을 게재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공식 대응이라기보다는 남측을 향한 '압박'의 성격이 커 보인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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