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일자 나이키 부사장 "부끄러운 일"…임신선수 보호 조항 넣기로
(서울=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미국 스포츠업체 나이키가 후원 선수들이 임신하면 후원금을 삭감하거나 중단하는 정책을 시행, 선수들이 공개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2주간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면에는 나이키로부터 후원을 받은 전·현직 육상선수들의 글과 동영상이 실렸다.
미국 중거리 육상선수인 알리샤 몬타노와 장거리 육상선수인 피비 라이트, 앨리슨 펠릭스 등 다양한 선수들이 기고에 참여했다.
특히 올림픽에서 6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미국 육상의 자존심 앨리슨 펠릭스의 기고문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펠릭스는 2018년 임신으로 휴가를 냈을 때 나이키가 당시 엄청나게 삭감된 (후원금) 계약안을 제시한 바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에 글을 썼다.
또 출산에 따르는 기량 하락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보장을 해달라고 요구한 자신의 제안도 나이키가 거절했다고 펠릭스는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출산한 펠릭스는 나이키의 정책이 운동선수들 사이에선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육상선수들의 경우 다른 종목에 비교해 거대한 스포츠업계의 후원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이라고 강조했다.
나이키와 같은 후원사들은 운동선수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을 경우 후원금 삭감이 가능하도록 계약을 맺어왔다.
신체변화로 경기 출전이 어려운 여성들에게 있어서 기량 하락은 불가피해 임신은 사실상 계약종료나 후원금 삭감을 의미한다.
피비 라이트는 "임신은 여성 선수들에게 죽음과의 키스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기고문이 그대로 NYT 인터넷판에 실리며 비판이 제기되자 나이키는 임신한 여성 선수들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펠릭스의 사연을 접한 에이미 몽타뉴 나이키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 "매우 슬픈 일이고 부끄러운 사건"이라며 적었다.
나이키가 여성 선수들이 임신하더라도 기량 하락에 따른 페널티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보호 조항을 명시하는 등 관련 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나이키는 성명을 통해 "여성 운동선수들과의 계약에서 (임신한 여성운동 선수들을 보호하는) 보다 강화한 문구를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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