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거장 클루조와 샤브롤…끝까지 이어지는 팽팽한 긴장감이 공통점
샤브롤, 생전 파리한국영화제 찾아와 관람…프랑스 '영화 한류' 더 거세질듯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도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에게 프랑스영화들은 영감의 원천이었다.
칸 영화제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수상소감 첫 마디로 "언제나 프랑스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 있다"면서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앙리 조르주 클루조, 클로드 샤브롤 두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봉 감독이 수상소감에서 처음으로 꼽은 프랑스 감독 앙리 조르주 클루조(1907∼1977)는 스릴러 영화의 새로운 경지를 연 것으로 손꼽히는 명감독이다.
영국 태생의 미국 감독인 앨프레드 히치콕에 자주 비견되는 클루조는 디테일을 치밀하게 살리고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묵직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출 방식으로 이름을 떨쳤다.
특히 봉준호 감독은 앙리 조르주 클루조의 1953년작 '공포의 보수'를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자주 꼽는다.
이브 몽탕과 샤를 버넬 등이 주연한 '공포의 보수'는 화재 진압을 위해 폭발물을 싣고 가는 트럭에 모인 4명의 이야기로 서스펜스 영화의 걸작이다.
프랑스영화 애호가인 김신 디자인평론가(전 월간디자인 편집장)는 "클루조의 영화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을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긴장감이 특징"이라면서 "봉 감독의 '살인의 추억'이나 '마더'에서 보이는 긴장은 '공포의 보수' 등 클루조 영화들의 긴장감과 맥이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봉 감독이 두 번째로 언급한 클로드 샤브롤(1930∼2010)은 누벨바그의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로, 대표작에 '도살자' '파멸' '부정한 여인' 등이 있다.
봉준호는 과거 여러 인터뷰에서 샤브롤의 '야수의 최후'와 '붉은 결혼식' 등을 자신의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 올린 바 있다.
소르본대에서 약학과 문학을 공부한 샤브롤은 미국의 영화사 폭스의 프랑스 사무소 홍보담당 직원으로 영화계에 뛰어든 뒤 영화지 '카이에 뒤 시네마'로 옮겨 평론가로 필명을 날리다 이후 직접 연출가로 데뷔했다.
히치콕식의 서스펜스 문법을 프랑스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그는 겉으로 평온하고 유복해 보이는 중산층 인물들이 내면에 숨긴 강박관념과 성적인 억압을 정교하게 그려냈다.
샤브롤 감독은 생전에 한국 영화에도 관심을 보였다.
배용재 파리한국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전언에 따르면, 지금은 한국 영화를 매년 프랑스에 소개하는 영화제로 자리를 잡은 파리한국영화제의 1회 때(2006년) 샤브롤 감독이 갑자기 혼자 불쑥 찾아와 한국 영화를 관람하고 간 적이 있다고 한다.
프랑스영화들이 봉 감독의 작품세계에 끼친 영향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할리우드 미국 영화들과는 결이 다른 프랑스영화의 작가주의적 감수성과 장르 영화의 특성을 살리는 연출 스타일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배용재 집행위원장은 "봉 감독이 1969년생으로 제 또래인데 우리 세대의 외국영화를 좋아한다는 친구 다수가 주한프랑스문화원이 상영하는 프랑스영화들을 많이 봤다"면서 "젊었을 때 그렇게 흡수한 영화들이 한 감독의 이후 영화 세계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봉 감독이 '영감의 원천'으로 손꼽은 거장들의 고장인 프랑스에서의 '영화 한류'는 봉 감독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더욱 바람을 탈 것으로 보인다.
배용재 위원장은 "황금종려상은 프랑스의 대표 영화제인 칸에서 주는 최고의 상이다. 봉 감독의 수상을 계기로 프랑스의 한국 영화 관객층이 더 두터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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