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선배처럼 던질 수 있다면야…그래도 팀에 도움 주며 완주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현진이 형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죠."
장민재(29·한화 이글스)는 26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훈련을 마친 뒤,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등판 결과를 확인했다.
류현진은 이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안타 10개를 맞았지만 2실점 하며 시즌 7승(1패)째를 따냈다.
류현진은 올 시즌 개인 최다 안타를 내줬지만, 특유의 위기관리 능력을 과시하며 실점을 최소화했다.
장민재는 "현진이 형이 가장 자주 당부하는 말이 '안타 내줘도 괜찮아, 볼넷은 피해'와 '주자 나가면 더 세게 던져', 두 가지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26일 피츠버그전에서 볼넷을 한 개도 내주지 않았고, 주자가 나가면 더 힘을 주며 투구했다.
류현진은 한화에서 뛸 때부터 적극적으로 묻고, 성실히 훈련하는 후배 장민재를 아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에도 장민재와 꾸준히 연락했고, 2018년과 올해 1월에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도 함께 했다.
장민재는 "현진이 형과 훈련하며 기술적인 부분, 정신적인 부분 모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류현진의 조언을 100% 따를 수는 없다. '장민재 상황'에 맞게 응용한다.
장민재는 "완벽에 가까운 현진이 형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내 상황을 돌아보지 않고 현진이 형처럼 던지려고 하면 나는 실패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사실 나는 장타력을 갖춘 타자가 나오면 유인구를 많이 던진다. 특히 홈런 한 방으로 승부가 결정될 수 있는 팽팽한 순간에, 상대 거포에 무모하게 정면 승부하다가 홈런을 내주는 걸 경계한다"고 했다.
"차라리 홈런을 맞아"라고 말하는 류현진의 조언과는 상이하다.
장민재는 "현진이 형이니까, 그렇게 던질 수 있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 뒤, "나는 아직 부족한 게 많은 투수다. 내가 무모하게 던지면 팀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허무하게 볼넷을 내주지 않겠지만, 거포를 상대로 무모한 정면 승부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장민재의 신중함은 효과를 보고 있다. 장민재는 피장타율 0.390으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15위다.
그는 위기의 순간에 거포를 만나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류현진의 조언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장민재는 54⅓이닝 동안 볼넷 10개만을 허용해 9이닝 당 볼넷 허용 1.66개로 이 부문 4위를 달린다. 토종 투수 중에는 양현종(KIA 타이거즈, 1.65개)에 이은 2위다.
류현진은 9이닝당 볼넷 허용 0.55개로 메이저리그 전체 1위에 올라 있다.
장민재는 "현진이 형이니까, 가능한 수치"라고 웃었다.
장민재가 가장 닮고 싶어하는 건, 류현진의 위기관리 능력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상대 득점권에서 피안타율 0.054의 억제력을 과시한다. 단연 메이저리그 규정을 채운 투수 중 전체 1위다.
장민재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0.315로 KBO리그 전체 25위다. 장민재는 "당연히 나도 득점권에서는 공을 더 세게, 더 정확하게 던지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내 마음처럼 되지는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2019년의 장민재는 한용덕 한화 감독이 인정하는 '한화의 토종 에이스'다.
평균 시속 136㎞의 느린 직구로도 5승 1패 평균자책점 4.64의 준수한 성적을 냈다. 최근에는 이닝 소화 능력도 돋보인다.
장민재는 "선발 투수로 풀타임을 소화하는 건 처음이다. 더 고민하고 노력해서 올 시즌을 꼭 완주하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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