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된 장비와 함께 부산으로…야생동물치료센터서 보호 중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지리산서 철거해온 통신 장비에서 끽끽 소리가 나서 보니 눈도 뜨지 못한 다람쥐가 있었습니다."
지난달 22일 지리산 벽소령 대피소 인근에서 철거돼 부산에 도착한 태양열 긴급 중계기안에서 다람쥐가 발견됐다.
통신 장비를 철거한 베가 통신 관계자들은 구청 안내를 받아 부산 을숙도 야생동물치료센터에 다급히 연락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철거한 3개 장비 중 한 곳에서 다람쥐가 발견돼 곧바로 소방과 구청에 연락했고 야생동물치료센터를 안내받아 다람쥐 발견 사실을 알렸다"고 말했다.
새끼 다람쥐는 다름 아닌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328호 하늘다람쥐였다.
과거 '날다람쥐'라고 불렸던 하늘다람쥐는 앞다리와 뒷다리 사이 피부를 넓게 펼쳐서 하늘을 나는 독특한 다람쥐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인 오래된 숲에서 사는데 서식지 파괴 등으로 최근 개체 수가 감소하며 찾아보기 드문 종이 됐다.
강원 백두대간과 지리산 등에 분포돼 있으며 부산에서는 2017∼2018년 사이 부산발전연구원이 금정산에서 하늘다람쥐 분변을 발견해 정식으로 서식 조사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부산을 찾은 하늘다람쥐 새끼는 지난 3∼4월에 어미 하늘다람쥐가 따뜻한 곳을 찾아 통신 장비 안에서 낳은 것으로 추정된다.
야생동물치료센터를 찾을 당시에만 해도 하늘다람쥐 새끼 상태는 희망적이지 못했다.
센터는 수의사가 총동원돼 치료에 나섰다.
수의사들은 따뜻한 물에 손을 씻은 뒤 하늘다람쥐를 안는 방식으로 체온을 높여준 뒤 초유를 주사기로 먹였다.
하늘다람쥐가 먹는 초유도 미국에서 공수했다.
극진한 간호에 눈을 뜬 하늘다람쥐는 발견 당시 20g이었던 몸무게가 한 달 사이 55g까지 늘었다.
치료센터는 먹잇감 채취 훈련, 점프 훈련 등을 거친 뒤 빠르면 올여름 자연으로 돌려보낼 계획이다.
야생동물치료센터 관계자는 "하늘다람쥐가 치료센터를 왔을 때만 해도 2마리 모두 살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웠다"며 "회복 속도가 빠르고 거의 다 자라 이제는 지리산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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