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기재부의 개선 권고 무시하고 5년간 11억원 이상 지원"
품질 기준 미달 원유 81만 배럴 방치…"원인 찾아 조치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 한국석유공사가 영어권 학자금 지원을 금지하는 정부지침을 어기고 영어권 국가 파견 직원의 자녀에게 5년간(2014∼2018년) 총 11억5천여만원을 지원하는 등 방만 경영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감사원이 공개한 '한국석유공사 기관운영감사'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2013년 '공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계획 운용지침'을 제정하면서 공기업 해외파견자의 자녀 학자금을 '공무원 수당 규정'에 따라 지급하게 했다.
공무원 수당 규정은 자녀 학자금 지급 대상에서 미국·영국·캐나다 등 영어권 국가 학교를 제외한다. 영어권 국가에서는 비영어권과 달리 국제학교가 아닌 일반 공립학교를 보내도 돼 학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석유공사는 자체 학자금 지급 규정을 영어권 국가를 제외하도록 개정하지 않았고, 기재부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제도 개선을 권고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학자금을 지원해왔다.
감사원은 석유공사 사장에게 "영어권 학교를 제외하도록 학자금 지급 규정을 개정하라"고 통보하고, "상위 지침에 위반되는 내부 규정을 개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일이 없도록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주의를 요구했다.
석유공사가 품질 기준에 미달하는 원유 81만 배럴을 서산지사 지상탱크에 개선 조치 없이 그대로 보관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비축유 관리 절차서'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연 1회 비축원유 정기품질검사를 통해 부적합품으로 판정되면 원인을 분석하고 조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서산지사 지상탱크에 저장하는 원유의 점도(끈적거리는 정도)는 50cSt(cSt는 점도 표시 단위, 수치가 높을수록 점도가 높음) 이하, 유동점(응고되는 온도)은 영하 18도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
서산지사는 2017년 4월 정기품질검사 결과 지상탱크에 보관한 원유 58만 배럴이 취급 기준에 미달(점도 257.7cSt, 유동점 영하 5도)하는 것을 확인하고도 부적합 원유를 그대로 보관했다. 여기에 같은 해 5월 다른 지상탱크에 있던 원유 32만 배럴이 이 탱크에 추가로 이송되면서 총 81만 배럴의 부적합 원유를 보관 중이다.
감사원은 이에 "조속한 시일 내에 품질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밖에 석유공사는 사옥관리·비축지사 경비·구내식당 조리인력 관리·가스전관리사무소 경비 등 4개의 단순노무 용역계약에서 계약 상대방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특약 34건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례로 비축지사 경비용역 계약에는 '용역 수행 중 결원 발생 시 1인당 용역단가의 200%를 공제한다'는 특약이 담겨 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계약 상대자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앞으로 계약 체결 시 부당특약을 정하거나 하도급 계약에 부당특약이 있는데도 방치하는 일이 없게 하라"고 요구했다.
y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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