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사장 기자간담회…"2025년까지 배터리 생산능력 20배로 확대"
배터리 기반 E모빌리티·에너지솔루션 사업 확장…"LG화학 분쟁 큰 동요 없어"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SK이노베이션[096770] 김준 총괄사장은 27일 친환경의 상징인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그 경쟁력을 기반으로 E모빌리티와 에너지 솔루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 규모를 현재의 20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배터리·소재·화학 등 신성장 사업 자산 비중을 현재의 두배 수준으로 늘릴 방침이다.
또 친환경 사업모델 개발을 통해 에너지기업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환경영역의 마이너스 가치를 상쇄하기로 했다.
LG화학이 인력 문제 등을 두고 미국에서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선 "(회사 내부적으로) 큰 동요가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독한 혁신'을 선언했다.
김 사장은 '행복한 미래를 위한 독한 혁신'이라는 제목의 성장전략 발표를 통해 "2017년부터 추진해온 '딥체인지2.0' 경영을 통해 신규 성장 사업과 기존 사업 모두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됐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업의 아프리카 초원 안착을 위한 '독한 혁신'을 하기로 했다"며 "아프리카 초원 전략을 가속해 생태계 전체가 공존할 수 있는 오아시스를 파는 전략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2017년 5월 30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알래스카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체력을 가진 만큼 생존을 넘어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아프리카 초원'으로 우리 전쟁터를 옮겨볼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알래스카의 여름'은 전임 대표이사인 정철길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2015년 짧은 호황기(여름) 뒤에 긴 침체기(겨울)가 오는 정유업종의 경영 상황을 빗대 쓴 표현이다.
알래스카의 여름을 떠나 아프리카 초원으로 경영 무대를 바꾸겠다고 선언한 지 2년 만에 '생태계가 행복한 오아시스를 파겠다'는 한 단계 더 높은 경영전략을 내놓은 것이다.
김 사장은 오아시스를 위해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로 환경 문제를 거론했다.
지난 21일 SK그룹 사회적가치(SV) 측정 발표에서 환경영역의 SV 부정효과가 1조4천억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은 "특히 SK이노베이션의 환경 SV는 마이너스 1조원이 넘는다"며 "마이너스 SV를 SK이노베이션의 독한 혁신 모멘텀으로 활용하는 역발상 전략으로 경제적 가치(EV)와 SV의 더블바텀라인(DBL) 경영을 강력하게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존 사업의 환경부정 영향을 축소하고 친환경 사업모델 개발을 통해 환경 마이너스 가치를 상쇄하는 '그린 밸런스'로 회사 성장을 견인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전사의 경영전략인 '글로벌', '테크'에 '그린 이니셔티브'를 추가해 3대 성장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친환경 사업모델의 대표주자로 배터리사업을 내세웠다.
배터리사업의 글로벌 톱3 진입을 위해 세계 최초로 차세대 배터리 핵심 기술인 'NCM 9½½'를 조기에 상용화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공급할 방침이다. 이 기술은 니켈, 코발트, 망간 비율을 90%, 5%, 5%, 에너지 밀도 최소 670Wh/ℓ 이상의 배터리 양극재를 쓰는 것으로 1회 충전에 5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기술 개발과 생산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현재 430GWh인 수주잔고를 2025년 기준 700GWh로 확대하고, 현재 연간 약 5GWh 수준인 생산 규모를 100GWh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현재 전기차 배터리에 머물러 있는 사업 영역은 배터리 전 밸류체인으로 확장한다.
김 사장은 "배터리를 새로운 서비스 플랫폰을 만드는 전략인 'BaaS'(Battery as a Service)를 전기자동차 업체 등 다양한 비즈니스 파트너들과 협력해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차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E모빌리티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아울러 현재 배터리 사업의 주 수요처인 전기차 이외에 항공, 해양, 산업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사업자와 협력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김 사장은 "배터리를 자동차 가격에 모두 반영하는 대신 렌탈이나 리스 방식으로 한다고 하면 가격 면에서 확실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떨어지고 완성차업체로서도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배터리를 재수집해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함으로써 생태계에도 일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김 사장은 "산업용, 주거용 등 세분화된 시장 특성에 맞춰 배터리를 개발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ESS 시스템을 제공하기로 했다"며 "가상 발전소, 에너지관리시스템(EMS), 에너지 저장 등 다양한 후방 사업 모델도 개발해 종합적인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 분리막(LiBS) 사업은 현재 추진 중인 중국과 폴란드 외에도 추가 글로벌 생산시설을 확충해 2025년까지 연 25억㎡ 이상의 생산 능력을 키워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할 방침이다.
화학 사업은 글로벌과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을 추진한다.
신규 주력사업 분야로 선정한 패키징 분야는 고부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인수합병(M&A) 등으로 확보하고 오토모티브 사업은 기술개발에 집중해 전기자동차 확산과 경량화 추세를 주도한다.
이를 통해 기술기반 고부가 제품군의 이익 비중을 현재 4%에서 2025년까지 19%까지 늘린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소재·화학 등 성장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이들 사업의 자산 비중을 현재 30%에서 2025년까지 60%로 키우기로 했다.
석유 사업은 글로벌 전략을 중심으로 기술, 그린 전략을 병행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성장률이 높은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석유제품 판매처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윤활유 사업은 현재 렙솔, 페르타미나, JXTG 등과 진행 중인 글로벌 파트너링을 다른 메이저 업체와도 확대해 윤활기유 사업 확장을 추진한다.
석유개발사업(E&P)은 중국, 베트남 중심의 아시아와 셰일오일의 미국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글로벌 전략을 통해 현재 25% 수준인 글로벌 자산 비중을 2025년까지 65%로 늘려 '아프리카 초원 전략'을 완성해 나갈 방침이다.
김 사장은 "혹독한 경영환경과 새로운 도전이 전 구성원들의 혁신 유전자(DNA)가 독한 혁신으로 변하고 있다"며 "독한 혁신의 최종 목표는 모든 사업이 아프리카 초원에 안착해 생태계가 행복하게 공존할 오아시스를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과의 법정 분쟁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언급하기 적합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지난달 LG화학은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에 대해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의혹을 제기하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 'SK 베터리 아메리카'가 있는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김 사장은 "구성원이 동요하지 않고 잘 따라와주길 바라고 고객사가 걱정하는 부분 없게끔 이 문제 대응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는 큰 동요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배터리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시점이고 중국, 유럽 등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자간담회에는 김 사장을 비롯해 SK에너지 조경목 사장, SK종합화학 나경수 사장, SK루브리컨츠 지동섭 사장, SK인천석유화학 최남규 사장,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서석원 사장, SK 아이이테크놀로지 노재석 사장과 배터리사업 윤예선 대표 등 관련 임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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