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 장애(게임중독)를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분분하다. WHO는 세계보건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했고, 각국은 2022년부터 WHO 권고사항에 따른 질병정책을 펴게 된다.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WHO의 이번 결정에 반대하는 공동대책위까지 꾸려졌지만 이 결정을 되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WHO는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행위가 아니라 '게임중독'을 질병이라고 규정했다. 음주나 도박 등도 정도에 따라 질병, 혹은 범죄가 되는 것처럼 게임도 중독시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독 판정의 기준은 통제 능력이 손상되고,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중요하게 여기며, 이런 부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12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가 된다.
게임중독이 사회문제가 된 경우는 이전에도 많았다. 게임에 몰입하는 자녀와 이를 제한하려는 부모 간의 다툼은 청소년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주요한 불화 원인이 돼 있다. 게임아이템을 사기 위한 절도, 횡령 등의 범죄도 있었고,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직접 현실에서 만나 치고받는 일도 벌어진다. 게임중독에 빠진 젊은 부부의 아들 학대살해 사건도 발생했다. 극단적인 예로 볼 수 있지만, 원인이 게임중독이라는 점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다.
게임중독의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치유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WHO의 이번 결정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질병코드가 부여되면 정부는 관련 보건 통계를 작성해 발표하게 되며 질병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도 배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르면 2026년부터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공식 관리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4위 수준인 국내 게임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게임 질병코드 도입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는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으로 '게임'이 무조건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정부 부처 간에도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여성가족부가 질병코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은 반대입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떠나 국내 게임산업이 중독성 높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는 점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반성해야 할 일로 보인다. 이미 일부 선진국들은 중독성 높은 게임 수입을 차단하고 있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으로 판단된다.
정부나 관련 업계는 아직 국내 도입까지 많은 시간이 남은 만큼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합리적인 도입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러 사회문화적 논란들을 조정하고 합의점을 도출하기 바란다. 진단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하면, 게임에 따른 사회적 논란도 불식시킬 수 있어 오히려 게임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되새겨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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