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교부 출신 톨로라야 센터장,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서 밝혀
"北, '빅딜'에 이르게할 '연속적 스몰딜' 고려 입장 美에 전하고싶어해"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북한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최근까지도 '모욕을 당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미국이 '계산법'을 바꾸면 대화 재개를 원하고 있다고 최근 방북한 러시아 전문가가 밝혔다.
게오르기 톨로라야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경제연구소 아시아전략센터장은 27일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19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 공개세션 패널로 참석해 지난주 북한을 다녀왔다며 "평양에서는 (미국으로부터) '속았다(cheated)'거나 '굉장히 모욕을 당했다(insulted)'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톨로라야 센터장은 "김정은 위원장은 중요한 진전을 바라고 하노이까지 갔는데 예기치 못하게 체면을 구겼고, 이것이 (북한에는) 모욕"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 모욕을 '되갚아' 주기보단 '전략적 인내'를 선택했다고 강조하며 "미국이 '계산법'을 바꾼다면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는 입장인 것으로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무선이 아닌 고위급을 통해 한 번에 '빅딜(big deal)'을 하는 것이 아닌 빅딜에 이르게 할 연속적인 '스몰 딜(small deal)'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하고 싶어한다"며 "미국이 첫 번째 스텝(first step)을 밟기를 절실히 바라고 있기에 인내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관련해서는 "내가 확인한 바로는 북한은 미국 측에 영변 핵시설 폐기를 제시하면서 플루토늄 및 우라늄 농축시설도 포기한다고 했다"며 "이는 스몰 딜이라고 할 수 없으며 엄청난 진전"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외교부 출신인 톨로라야 센터장은 과거 평양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는 러시아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로 꼽힌다. 최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 위원으로 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지난주 방북한 구체적인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공개세션에는 로버트 칼린 미 스탠포드대 초빙연구원,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 미타니 히데시 전 일본 내각 정보조사실 정보관, 장퉈셩 중국 국제전략연구기금회 선임연구원 등 북한 정보를 다룬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도 패널로 참석했다.
장 선임연구원은 시진핑 주석의 방북 및 방한 전망과 관련 미·중 관계를 거론하며 "현재 중국 지도부가 다른 현안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대화까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아직까진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남북 모두 시 주석을 초청했기 때문에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미타니 전 정보관은 "세 번째 북미정상회담은 훨씬 더 준비를 치밀하게 한 다음에 열려야 한다"며 "북한에 대해 계속 압박을 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놔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하노이 회담 뒷얘기를 전하며 김 위원장이 핵시설 5곳 중 1∼2곳을 폐기하려 했었다며 '5곳'이라는 숫자를 처음으로 공개한 것과 관련 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였던 디트라니 전 국장은 "정보기관 관계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5개는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고, 톨로라야 센터장도 "얼마나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5개 이상이라곤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미국 백악관 "트럼프, 김정은 약속 지킬 것 확신"/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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