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만이 삶을 바꾼다"는 엄마 조언 가슴에 새기고 석사학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멕시코 이민자 가정 출신의 한 미국 대학원생이 딸기밭에서 부모와 함께 찍은 졸업사진이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되며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사진의 주인공은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은 에리카 알파로다.
에리카의 부모 클라우디오 알파로와 테레사 에레라는 멕시코 원주민이다. 각자 미국으로 건너온 후 만나 에리카를 낳았다.
미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보낸 에리카는 13살 때 다시 가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오션사이드로 이주했다. 침실이 하나뿐인 아파트에서 두 가족 11명이 함께 살았다.
정규교육을 전혀 받지 못해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에리카의 부모는 과일 밭에서 일했다. 하루도 쉬지 못하고 하루에 10시간씩 밭에서 땀을 흘렸다.
에리카를 비롯한 자녀들도 방학이면 부모를 따라 함께 밭에 나갔다.
부모님의 고된 노동 속에 공부를 이어가던 에리카는 15살 때 남자친구와 덜컥 임신하면서 학교를 그만뒀다. 집을 나와 남자친구와 살았는데 남자친구는 폭력을 일삼았다.
어느 날 남자친구가 에리카와 어린 아기를 집 밖에서 잠을 자라며 내몰자 에리카는 아이와 함께 남자친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다시 부모님께 돌아온 에리카가 떠올린 것은 예전 함께 토마토밭에 일하러 갔을 때 엄마가 들려준 말이었다.
고된 일을 마친 에리카에게 엄마는 "이게 앞으로의 인생이다. 이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교육을 받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리카는 엄마의 조언을 가슴 깊이 되새기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홈스쿨링으로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캘리포니아주립대에 입학했다.
1학년이던 2012년 또 시련이 닥쳤다. 아들이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것이다.
다시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에리카는 다시 한번 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아들에게 더 나은 삶을 주기 위해 공부를 계속했고, 결국 6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까지 거머쥔 그는 자식들을 위해 힘겹게 일한 부모님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 부모님의 땀이 서린 딸기밭에서 함께 졸업사진을 찍었다.
에리카는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중남미 이민자 가정에 용기를 주기 위해 사진을 공개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했다.
그녀는 "우리 부모님은 우리에게 더 나은 삶을 주기 위해 이곳에 오셨다. 부모님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기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싱글맘이나 가정폭력으로 고통 받는 이들도 교육을 통해 목표를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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