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결핵퇴치"…노인·노숙인·쪽방에 '찾아가는 검진'

입력 2019-05-28 06:00   수정 2019-05-28 15:47

"2030년까지 결핵퇴치"…노인·노숙인·쪽방에 '찾아가는 검진'
확진검사비·잠복결핵치료비 전액 지원, '격리치료' 취약계층 생활비 지원
올해부터 20·30대 청년도 무료 검진, 다제내성 환자에 전문병원 연결
외국인 결핵 수시 점검…치료목적 입국 시 강제 출국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정부가 2030년까지 결핵을 퇴치하기 위해 결핵검진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 노인, 노숙인, 쪽방 거주자가 1년에 1회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결핵확진 검사비와 잠복결핵 치료비는 전액 국가와 건강보험이 부담하고, 결핵 고위험국가에서 오는 외국인에 대한 검진도 한층 강화한다.
정부는 28일 이런 내용을 담은 '결핵예방관리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유엔이 2030년까지 '전 세계 결핵유행 조기종식'을 결의함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제2기 결핵관리종합계획(2018∼2022년)을 이번에 대폭 보완했다.



먼저 결핵 발병·전파 위험이 큰 노인, 노숙인, 쪽방 거주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결핵검진과 환자관리를 강화한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은 지역가입자 세대주와 직장가입자에게 2년에 1회, 20세 이상 지역가입자 세대원과 직장가입자 피부양자에게 2년에 1회, 비사무직 직장가입자에게는 1년에 1회 흉부 엑스레이(X-ray) 검진 기회를 준다.
정부는 만19∼64세 저소득 의료급여수급자에게 2년에 1회 검사비를 지원한다.
하지만 65세 이상 의료급여수급자는 검사 대상에서 빠져 있고, 노환 등으로 집에서 누워지내는 노인, 거주지가 일정치 않은 노숙인, 형편이 어려운 쪽방주민은 기회가 있더라도 놓치기 일쑤다.
정부는 이들에게 검사장비가 실린 버스를 보내 '찾아가는 X-ray 검사'를 실시하고, 결핵 소견이 나오면 당일 확진검사를 실시한다.
또 요양병원, 정신병원, 복지시설에서 지내는 노인은 입소 전·후 연 1회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65세 이상 의료급여수급자는 4만2천명이며 공식 집계된 노숙인·쪽방주민은 1만8천명 정도다. 보건복지부는 재정당국과 협의해 국고지원 규모와 시행 시기를 확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역시 검진 사각지대에 있었던 20∼39세 비정규직과 영세사업자, 대학생, 무직자 등 720만명에 대해서는 올해부터 건강검진 혜택을 주고 있다.

내년부터는 건강검진에서 결핵 의심 소견이 나와 확진검사를 받으면 검사비가 무료다. 건강보험은 4만∼6만원가량인 본인부담금을 전액 지원한다.
2021년부터는 암환자나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 고위험 기저질환자에게 증상 유무와 상관없이 연 1회 결핵 무료 검사를 지원한다.
결핵 고위험국으로 지정된 19개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의 발병 상태도 수시로 점검한다. 현재는 비자변경 및 체류연장 시 1회 검진을 요구하지만,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기적인 검진을 실시한다.
또 외국인이 건강보험 혜택을 노리고 결핵 치료차 한국에 단기 입국하는 일을 막기 위해 환자로 판정되면 2주간 격리치료 후 강제로 출국시키기로 했다. 현재도 강제 출국 조치가 가능하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환자가 지속해서 결핵을 전파할 수 있어 무상으로 치료해준다.
잠복결핵 감염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기 위해 검진 대상자를 확대한다. 현재는 산후조리원, 유치원, 어린이집, 학교, 아동복지시설, 의료기관 종사자가 대상이지만 향후 교정시설 재소자, 기숙학원 종사자 등으로 넓히기로 했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노출돼 감염은 됐으나 실제 발병은 하지 않은 상태다. 다른 사람에게 결핵을 전파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잠복결핵 감염자의 10%는 나중에 결핵 환자가 된다.
정부는 또 감염자가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7만∼8만원가량인 치료비도 내년부터 면제해준다.
정부는 생계 문제로 결핵 치료에 필수적인 격리기간(2주)을 지키지 못하는 영세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 등의 사정을 고려해 생계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환자가 치료를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통합수가를 신설한다. 환자가 병원에 간 이후 행해지는 초기평가, 교육·상담, 치료, 치료확인 등 진료 단계별로 병원에 보상하는 체계를 갖춰 병원의 꼼꼼한 환자관리를 유도한다.

2개 이상의 결핵약에 내성이 생긴 다제내성 환자에 대해서는 전문치료기관을 지정해주고, 전화 등을 통한 복약 관리기간도 현재 2주에서 8개월로 늘리기로 했다.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기간도 6개월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결핵 환자를 접촉해 발병 위험이 커진 동거인, 가족 등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발병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까지 유아용 피내용 결핵예방백신(BCG) 국산화를 완료하기로 했다. BCG 백신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백신으로 해외 제조사의 사정에 따라 수급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런 대책을 통해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결핵발생률을 결핵 퇴치 수준인 인구 10만명당 10명 미만으로 낮춘다는 목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대책을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결핵 발생 1위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결핵환자와 의심환자, 환자와 접촉한 가족, 직장 동료 등 모든 국민이 검진에 참여하고 감염된 사람은 자가격리를 하는 등 즉각 치료를 시작해달라"고 당부했다.
우리나라는 '결핵 후진국'으로 불린다. OECD 회원국 중에서 결핵발생률 1위다. 2017년 인구 10만명당 결핵 발생률은 70.4명이었다. 매일 전국에서 환자 72명이 새로 발생하는 셈이다. 이는 OECD 평균 11.1명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결핵 환자가 유독 많은 이유는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까지 열악한 영양·주거 환경으로 인해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이 많았고, 이들이 노인이 되면서 면역력이 떨어져 실제 결핵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핵은 공기를 통해 폐에 균이 들어와 전파되고 오랫동안 증상 없이 잠복하다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전에 통제하기가 어려운 질병이다.
치료를 하려면 6개월 이상 아이소니아지드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약을 매일 먹어야 한다. 치료를 중간에 중단하면 약에 내성을 보이는 결핵균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런 경우 12개월 이상 추가 치료가 필요하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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