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미국프로야구(MLB) 월드시리즈에서 '알까기 실책'으로 잘 알려진 강타자 빌 버크너가 69세의 나이로 27일(현지시간) 숨을 거뒀다.
버크너의 가족은 성명을 내고 고인이 루이소체 치매로 오랜 기간 투병한 끝에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상을 떠났다고 발표했다.
버크너는 메이저리그에서 22시즌을 뛰며 개인 통산 2천715안타를 쳤다. 1980년 내셔널리그 타격왕에 올랐고, 1981년에는 올스타에 선정됐다.
하지만 1986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야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수비 실책을 저지르며 모든 것이 날아가 버렸다.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의 1루수였던 버크너는 연장 10회말 2사 2루에서 뉴욕 메츠의 타자 무키 윌슨의 땅볼 타구를 어이없이 다리 사이로 빠뜨렸다.
보스턴은 버크너의 실수로 6차전을 졌고, 7차전마저 패하며 메츠에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1986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패배의 책임이 오직 버크너에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버크너의 실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실책으로 묘사됐고, 버크너 홀로 책임을 뒤집어 썼다.
보스턴이 2004년 마침내 '밤비노의 저주'를 깰 때까지 버크너의 실수는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끊임없이 재생됐다.
1990년에 은퇴한 이후 보스턴의 시구 제안을 번번이 거절하던 버크너는 2008년 보스턴의 펜웨이파크 개막전에서 시구자로 나섰다.
그는 이후 인터뷰에서 "정말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며 "다 용서했다. 보스턴 팬들이 아니라 언론을 용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다 끝이 났다. 다 잊었다. 그리고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서 기쁘다.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 사령탑이었던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버크너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힐링이 되는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팀 동료로 함께 뛰었던 바비 발렌타인 전 보스턴 감독은 "그(버크너)는 더 나은 대접을 받았어야 했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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