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 수천 권 놓이고 정원도 딸려 이야기 생생 체험 가능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영원한 소년' 피터 팬의 작가 제임스 배리가 어린 시절을 보낸 스코틀랜드의 낡은 저택이 어린이들을 위한 '피터 팬의 집'으로 재단장해 문을 연다.
스코틀랜드 남부 덤프리스에 19세기 초 지어진 '모우트 브래 하우스'(Moat Brae House)가 오는 6월 1일 스코틀랜드에는 처음 생기는 국립 어린이 문학센터로 재탄생해 문을 연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배리는 어린 시절 이곳에서 살며 피터 팬 이야기에 대한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나중에 여기서 보낸 시절이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였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배리가 떠난 이후 이 건물은 병원과 요양원 등으로 쓰인 뒤 폐허가 됐다가 지난 2011년 철거를 사흘 앞두고 지역 자선단체가 사들여 가까스로 되살아났다.
이후 8년간의 공사를 마치고 3층 규모에 널찍한 정원이 딸린 모습으로 재탄생한 이 센터는 총 850만 파운드(약 127억 7천만원)라는 거금의 공사비가 든 만큼 볼거리도 넘쳐난다.
모자이크 타일로 장식된 현관 로비와 중앙의 둥근 지붕까지, 마치 이야기 속에 들어온 듯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센터 내부에는 만화경 등 피터 팬이 처음 탄생한 100여년 전의 장난감들이 놓였다.
센터의 가장 큰 특징은 방문객들이 단순히 전시품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마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피터 팬 이야기 속에 푹 빠져 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공간이라는 것이다.
피터 팬의 그림자를 잡는 놀이를 할 수도 있고, 웬디의 보모 노릇을 하는 강아지 나나가 사는 집으로 기어들어 가 드레스와 가면 등 변장용 소품이 놓인 공연장에 찾아가 볼 수도 있다.
문학센터인 만큼 센터 곳곳에는 방문객들이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들도 마련됐다.
비치된 책은 피터 팬은 물론 미국 어린이도서전문 출판사 레이디버드에서 펴낸 '신데렐라', '피노키오' 등의 고전 동화 시리즈부터 2000년대 이후 나온 동화까지 수천 권에 달해 공공 도서관을 방불케 한다.
실제로 센터는 업무 시간 이후에는 지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무료 공공 도서관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방문객들은 센터에 딸린 정원에 나와서도 피터 팬이 된 것처럼 신나게 뛰놀 수 있다. 피터 팬에 나오는 섬 이름을 따 '네버랜드'라는 이름이 붙은 정원에서는 후크 선장이 탔을 만한 실물 크기의 해적선과 작은 호수, '잃어버린 소년들'이 살 법한 나무 위의 집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센터 대표인 사이먼 데이비드슨은 "아무도 손댈 수 없는 보존 서고"를 만들기보다는 "책을 읽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성장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슨은 센터에서 할 수 있는 체험을 통해 "난독증을 앓고 있거나, 책 읽기를 싫어하거나, 읽는 데 도움이 필요한 등의 어린이들에게 다가가서 읽기에 흥미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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