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KBO 사무국이 상벌위원회를 열어 숙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적발된 뒤 은퇴를 선언한 박한이(40·전 삼성 라이온즈)의 제재를 심의한다.
은퇴 선수를 대상으로 상벌위가 열리는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상벌위 제재는 현역으로 뛰거나 현역으로 돌아오는 선수에게 내리는 벌칙이기에 이미 은퇴하기로 결정한 선수에게 징계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이미 박한이가 은퇴를 결정했다고 하나 음주운전은 KBO 규약이 금지하는 유해행위이므로 상벌위를 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벌위는 사건 발생 5일 이내 소집되므로 이번 주 안에 박한이의 징계가 결정된다.
올해 프로야구 최고령 선수인 박한이는 지난 26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9회 말 극적인 대타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쳐 역전승의 영웅이 됐다.
그는 경기 후 자녀의 아이스하키 운동을 참관한 후 지인들과 늦은 저녁 식사를 하다가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
이어 27일 오전 자녀를 학교에 보내려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귀가하던 길에 접촉사고를 겪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음주측정을 해 박한이의 숙취 운전 사실이 드러났다.
술이 덜 깬 상태에서 박한이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65%로 측정됐다.
박한이는 곧바로 잘못을 시인하고 은퇴를 결심했다. 이를 보고 받은 삼성 구단도 KBO 사무국에 이를 즉각 신고했다.
류 총장은 "박한이가 은퇴한 상황이라 징계에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나 나중에 박한이가 선수로 복귀할 경우를 대비해 그때 적용할 징계를 정하고자 상벌위를 열기로 했다"며 "징계 수위는 그날 상벌위원들이 논의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KBO 야구규약은 음주운전 제재를 8가지 항목으로 세분화했다.
단순 적발 시엔 출장 정지 50경기와 벌금 300만원, 봉사활동 80시간으로 제재한다.
음주측정을 거부한 채 음주 운전한 것으로 확정됐을 때엔 70경기 출장 정지와 벌금 500만원·봉사활동 120시간, 음주 접촉 사고 시엔 출장 정지 90경기와 벌금 500만원·봉사활동 180시간, 음주 인사 사고 때엔 출장 정지 120경기와 벌금 1천만원·봉사활동 240시간 등으로 징계 기준을 확립했다.
박한이의 경우엔 음주 접촉사고에 해당한다. 다만 음주 당일 운전이 아닌 다음날 오전 숙취 상태 운전 중 적발된 경우라 제재가 경감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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