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 정부 "사실 아니야…분리주의자였던 아이 아빠 옛 동료들 소행"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영어권 분리주의 세력과 정부군간 유혈 충돌이 몇년째 이어지는 서아프리카 카메룬에서 군인들이 갓난아이를 살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카메룬 남서부 지역에서 20일(현지시간) 군인들이 생후 4개월 된 마사 네바에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는 주민 등의 주장을 2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바가 할아버지 집에서 자는 동안 무장 군인들이 들이닥쳤고, 이들을 피해 달아났다 돌아온 네바의 아버지는 딸이 총탄을 맞고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네바의 아버지는 "나는 집으로 달려갔고 의자 위에 있는 딸을 봤다. 딸의 머리에 박힌 총알이 보였다"고 말했다.
온라인에 유포된 영상에는 소파에 놓인 네바의 시신 주변에 탄피가 뒹굴고 있고, 네바의 고모는 울고 있다.
동영상을 촬영한 남성은 카메룬 정부군이 네바를 죽였다고 비난했다.
네바의 부모는 사건이 알려질 경우 보복을 우려해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바의 어머니는 "그들은 내 아이를 쏜 자들이다. 우리는 지금 덤불 속에 숨어 있다. 우리를 정부를 피해 달아났다. 두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메룬 정부는 군인들이 네바를 쏘았다는 주장은 잘못된 정보라고 반박했다.
르네 사디 카메룬 통신부 장관은 네바의 아버지가 과거 분리주의 반란 세력의 일원이었다가 교화됐으며, 칼과 총으로 무장한 옛 동료들을 피한 사이에 네바가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동영상이 정부군을 음해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정부는 사건 파악 경위도 설명하지 않았고, 네바 죽음에 관한 조사 계도밝히지 않았다.
네바의 아버지는 자신이 정부측 주장대로 반란 세력의 일원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며 자신은 몇달 째 월급을 못 받은 바나나 농장 일꾼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정부가 나를 분리주의자라고 한다면 우리 모두를 창조한 신은 내가 무고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 외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카메룬에서는 프랑스어와 영어가 모두 공용어인데, 전체 인구의 약 20%인 영어사용 주민은 정부가 자신들을 차별한다며 불만을 품어왔다.
영어 사용자들은 2016년부터 카메론으로부터 분리된 독립국 '암바조니아'(Ambazonia) 건설을 외쳐왔다.
폴 비야 카메룬 대통령은 2017년 11월 분리주의자들을 상대로 전쟁을 선언했으며 이후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6개월간 카메룬 정부군이 영어권 지역에서 수십명의 민간인을 살해해화고 민가 수백채에 불을 질렀다.
영어를 사용하는 남서부와 북서부 지역에서는 학살, 성폭력, 유괴, 방화 등으로 인해 약 53만명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주민 다수가 음식과 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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