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순포 습지·인천 동검도 갯벌 복원 뒤 황새·두루미 돌아와
역간척·퇴적물 정화 활발…'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도 추진
(전국종합=연합뉴스) 강원 강릉시 사천면에 위치한 순포 습지는 바다가 모래에 가로막혀 생긴 동해안의 대표적인 '석호'다.
'순채(순나물)가 많이 나는 물가'라는 데서 유래한 지명으로, 부들·연·키버들·이삭 물수세미·새며느리 발톱·해란초·창포 등 다양한 식물이 자라는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농경지 개간과 토사 유입 등으로 내륙화 현상이 진행되면서 1920년대 8만9천㎡에 달하던 호수 면적은 80여년 만에 1만5천㎡로 줄었다.
환경부는 생태적 가치가 높은 이 습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2011년부터 7년간에 걸친 공사 끝에 15만1천442㎡ 규모로 습지를 복원했다.
복원 이후 방울새·개개비·왜가리·흰뺨검둥오리·새매·황조롱이 등 한때 자취를 감췄던 조류는 물론 천연기념물 199호인 황새까지 찾아들고 있다.
인천 강화도 남단의 동검도는 1985년 강화군 선두리를 잇는 연륙교가 건설되면서 갯벌이 퇴적되고 어족자원이 감소하는 등 환경오염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다리 아래 해수 소통공간이 없어 바닷물의 흐름이 막히다 보니 생태계가 황폐해질 뿐만 아니라 뱃길이 사라지면서 인근 선착장도 기능을 잃었다.
이에 강화군은 지난해 초 50억원을 들여 바닷물이 통과할 수 있는 교량으로 개선했고, 이후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와 저어새가 다시 찾아오는 등 갯벌 환경이 빠르게 회복되는 추세다.
이처럼 과거 산업화시대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던 갯벌의 생태적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복원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충남도는 민선 7기 역점사업으로 서산 부남호 역간척을 통한 해양 생태 도시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1천527㏊ 규모의 부남호는 1995년 서산 간척지 B지구 개발사업을 통해 조성된 인공 담수호이다.
당시에는 식량 증산을 위한 간척사업으로 추진됐지만, 현재는 농업용수로 쓰기 힘들 정도로 수질 오염(5급수)이 심각할 뿐만 아니라 악취까지 풍겨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는 상황이 됐다.
양승조 충남지사는 "부남호 역간척은 대규모 역간척의 첫 사례로, 세계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며 "쌀 생산 과잉과 환경문제 등으로 본래의 목적을 잃은 부남호 생태를 복원해 생태 도시로 조성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전남에서도 갯벌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남도는 신안·무안·완도·강진·보성·순천 6개 시·군 11곳의 갯벌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2023년까지 생태계복원 사업을 추진한다.
폐쇄형 연륙교 건설 등으로 해수 흐름이 단절된 갯벌의 옛 물길을 복원하고 폐염전이나 폐양식장 등 버려진 갯벌도 재생한다는 계획이다.
지속 가능한 갯벌 어업을 위해 갯벌 갈기, 종패 살포 사업 등도 확대한다.
해양오염 퇴적물 정화사업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항 북항이 최근 해양수산부의 '2020년 해양오염 퇴적물 정화복원사업' 대상지로 선정됨에 따라 초량천과 동천 생태하천 복원, 부산천 하천 정비 사업 등을 추진한다.
부산시 관계자는 "북항 내 동천 하류, 관광선 부두와 영도 한진중공업 앞 해상의 심각한 퇴적물 오염 등으로 인해 대규모 정화작업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에 맞춰 해양환경이 개선되면 관광객 증가와 도시 이미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염된 바다를 되살리기 위한 해양쓰레기 수거 사업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충남도는 육지에서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한 해 평균 137억원의 예산을 들여 '깨끗한 해양 만들기 개선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2017년 관련 분야 예산 48억원의 2.9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우선 바다에서 해안가로 떠밀려 온 해양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종전 39명이던 해양환경미화원 수를 79명으로 2배 늘렸다.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기 전 수거할 수 있는 차단시설을 금강 하구에 시범 설치하고, 막대한 비용 탓에 처리가 불가능했던 침적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전처리시설도 구축한다.
작년부터는 해양환경의 중요성을 알리고 연안 청소 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충남 연안 대청소의 날'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대대적인 간척사업이 이뤄지던 시절 갯벌은 산업용지나 농지로 만들어야 할 '육지'로만 여겨졌다.
그러던 것이 환경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오물질을 걸러주는 '바다의 허파'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도 갯벌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다.
이에 맞춰 문화재청은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에 있는 갯벌 약 1천㎢를 아우르는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 중이다.
한국의 갯벌은 생물 종이 다양하고 멸종위기종인 넓적부리도요가 서식하며,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펄 퇴적층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점 등을 내세워 지난 1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재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런 면에서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갯벌 생태계복원 사업은 세계유산 등재에 한 걸음 다가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도 관계자는 "복원된 갯벌의 브랜드화를 통해 지역 맞춤형 생태관광을 활성화하고, 회복된 갯벌을 지역 주민에게 되돌려줘 어업소득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재 김재홍 이해용 황봉규 여운창 손대성 장영은 고성식 이은파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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