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SRF발전소 민관거버넌스 좌초 위기…8차 회의도 '빈손'

입력 2019-05-28 18:05  

나주 SRF발전소 민관거버넌스 좌초 위기…8차 회의도 '빈손'
거버넌스 무용론 속 지역주민 내달 13일 대규모 반대 집회 예고
2천700억원 발전소 2년째 가동 중단…당사자간 이견 차 여전


(나주=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의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꾸려진 민관거버넌스가 좌초 위기에 몰렸다.
합의에까지 이르렀던 시험가동 여부가 결국 주민 반대로 발목을 잡히면서 후속 조치를 내놓지 못한 채 몇 달씩 표류가 이어지면서 거버넌스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나주 SRF 갈등해결 기구인 민관협력거버넌스는 28일 나주 전남실감미디어산업지원센터에서 8차 회의를 열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거버넌스 회의에는 SRF 가동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전남도, 나주시,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5개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날도 환경 영향조사를 위한 발전소 시험가동 여부와 주민 수용성 조사 실시 범위 등 기존 쟁점을 놓고 논의에 들어갔으나 시험가동 여부에 이견이 불거지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발전소 시험가동은 지난 3월에 거버넌스에서 민관이 합의했던 사항이지만 지역주민들이 시험가동 자체를 반대하면서 이후 거버넌스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시험가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주민 의견을 대변하는 범대위 측과 맞선 채 양측 의견이 맴돌고만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환경 영향조사는 SRF발전소의 오염물질 배출량, 환경 유해성, 주민 악영향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사항으로 시험가동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주민 수용성 조사 대상 범위 기준(발전소 주변 반경 5㎞ 이내) 결정도 난항을 겪고 있다.
범대위는 발전소와 접해 있는 빛가람동 주민들에 한정하자고 요구하고 있으나, 나주시는 반경 5km의 범위에 걸쳐있는 7개 읍면동 주민 전체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도 범위를 설정할 때 읍면동 단위로 규정한다는 점,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지역 전체 재정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 거버넌스 합의 후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7개 읍면동 주민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거버넌스는 다음 9차 회의를 다음달 17일 다시 열기로 했지만 이처럼 첨예하게 갈린 입장을 좁힐 수 있을지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시험가동 합의로 큰 진전을 이루는 듯했으나 오히려 여기에 발목이 잡히면서 거버넌스 자체가 회의만 반복하고 있는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버넌스 관계자는 "회의 차수만 늘리고 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거버넌스 내부에서조차 거버넌스를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의 발전소 반대 집회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나주 혁신도시 내 호수공원에서는 발전소 가동에 반대하는 주민 200여명이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을 했다.
다음 달 13일에는 9차 거버넌스를 앞두고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거버넌스를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범대위 관계자는 "조금씩 진척을 이룬 면도 있지만 주민들이 반대하는 부분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최대한 이견을 좁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비 2천700억원이 투입된 나주 SRF 열병합발전시설은 나주 혁신도시 아파트와 공공기관 및 건물 등에 온수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2017년 9월 준공됐다.
전남의 3개 권역인 목포·신안권, 순천·구례권, 나주·화순권에서 발생하는 가연성 쓰레기를 연료로 활용해 발전시설을 가동한다.
하지만 준공 이후 시험가동 중 광주에서 발생한 생활 쓰레기도 연료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일부 지역 주민들이 SRF 연료의 인체 유해성을 주장하며 발전소 가동을 반대하고 나섰다.
집단민원에 막힌 발전소는 2년째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며 주민들은 발전소 사용 연료를 '수소 연료전지' 내지는 'LNG 100%'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b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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