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EU 지도부 '빅5' 누가 거론되나…집행위원장 인선이 '핵심'

입력 2019-05-28 21:11  

차기 EU 지도부 '빅5' 누가 거론되나…집행위원장 인선이 '핵심'
집행위원장…메르켈 지원받는 EPP 베버 1순위, 반대파 설득해야
첫 여성 집행위원장?…게오르기에바·라가르드·그리바우스카이테 주목EU 의장, 집행위원장과 나눠먹기?…ECB총재, 전문가 출신 주로 거론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이 28일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차기 EU 지도부 인선 논의에 착수하면서 EU 권력 재편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차기 EU 지도부 선출에서 관심을 끄는 자리는 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과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EU 정상회의 의장을 비롯해 EU 입법기관을 대표하는 유럽의회 의장,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 이른바 '빅5'다.
이들 핵심 포스트에 어떤 사람이 선출되느냐에 따라서 향후 EU 운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집행위원장, 차기 EU 지도부 인선의 '핵'
현재로선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제1당을 유지한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 그룹의 집행위원장 후보(이른바 슈피첸칸디다텐)로 선출돼 선거를 총괄해온 만프레드 베버가 제1순위 후보로 거론된다.
지난 2009년 12월 발효된 리스본조약에 따르면 EU 정상회의는 차기 집행위원장으로 추천할 후보를 결정할 때 유럽의회 선거 결과와 연계토록 했기 때문이다.
베버는 독일 출신으로 EU에서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큰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해 일부 EU 정상들은 유럽의회 제1당의 슈피첸칸디다텐을 집행위원장 후보로 자동 추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EPP에 속한 EU 회원국 정상은 전체 28개 회원국의 3분 1도 안된다.
더욱이 올해 47세인 베버 후보는 행정부는 물론 EU 집행위에서 활동한 경력이 없고 EU 내에서 지명도도 높지 않다.


EU 외교가에선 베버 슈피첸칸디다텐이 낙마할 경우 EPP 내에선 프랑스 출신으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을 진두지휘해온 미셸 바르니에 수석대표가 대타로 거론된다.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EU 집행위원을 지냈고, 지난 2014년 EPP에서 융커 위원장과 슈피첸칸디다텐 자리를 놓고 격돌했던 경력이 있어 이미 검증된 후보라는 평이 많다.
불가리아 출신인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WB) 최고경영자(CEO), 프랑스 재무장관을 지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도 대안후보로 거론된다.
이들 3명은 모두 여성으로, 첫 여성 집행위원장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더군다나 EU 내부에선 집행위원장이나 EU 정상회의 의장 가운데 한 자리는 여성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EU 집행위원을 지낸 게오르기에바 CEO는 EPP 그룹 이외에서도 좋아할 인물이자 동·서유럽에서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라가르드 IMF 총재는 집행위 내에도 지지세력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 2014년 융커 집행위원장의 선출을 도운 '킹 메이커'로 알려진 마틴 셀미어 EU 집행위 사무총장의 지지를 확보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리바우스카이테 대통령은 약소국 및 유로존 출신, EU 및 행정부 경험, 여성 등 유리한 점을 두루 갖췄다는 평이다.


이번 선거에서 제2당을 차지한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당(S&D) 그룹은 프란스 티머만스 EU 집행위부위원장을 집행위원장 후보로 이미 낙점해 놓고 있다.
제3당을 차지한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ALDE) 그룹에선 여성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이 유력한 집행위원장 후보다.
집행위원장 후보는 EU 정상회의가 추천하고 유럽의회에서 과반수(376석)의 찬성표를 얻어야 공식 선출된다는 점에서 유럽의회 내 정치그룹들이 어떻게 연대하느냐에 따라 후보가 좌우될 수도 있다.
EPP는 지난 40년간 S&D와 연대해왔으나 이번엔 두 당의 의석수(EPP 180석, S&D 146석)를 합해도 326석에 그쳐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추가로 우군을 확보해야 하며 유럽통합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중도 성향의 ALDE(109석)와 녹색당그룹(69석) 등이 우선 대상으로 꼽힌다.
반면에 S&D와 ALDE는 중도우파인 EPP와 극우 포퓰리스트 세력 등 우파를 제외하고 중도와 좌파로 구성된 이른바 '진보연대'를 통해 EU 정권교체를 이루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제3당인 ALDE로선 EPP와 S&D 양쪽으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차기 EU 지도부 인선 협상에서 몸값이 오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집행위원장과 트레이드 대상 1순위, EU 정상회의 의장
그동안 '빅5' 선출은 국가별 안배가 철저하게 적용돼 강대국과 약소국, 남북유럽 간, 초기 EU 멤버와 후발 가입국 간 균형을 유지하도록 조정해왔다.
이번엔 유럽의회 내 정치그룹 간 연대가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인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차기 EU 지도부 구성에선 EU 정상회의 의장 후보는 집행위원장 후보와 흥정대상 1순위로 언급된다.
즉 어느 한 정치그룹이 집행위원장 자리를 양보할 경우, EU 정상회의 의장 직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EPP 그룹이 집행위원장, EU 정상회의 의장은 물론 유럽의회 의장까지 독식하고 있다.


EPP 그룹내에선 바르니에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와 여성인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이 EU 집행위원장 후보와 함께 차기 EU 정상회의 의장 후보로도 거론된다.
메르켈 총리도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끊임없이 언급돼 왔으나 본인이 최근 퇴임 후에 EU에서 자리를 맡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해 '메르켈 차출설'은 일단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S&D 그룹에선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헬레 트르닝 슈미트 전 덴마크 총리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EU 안팎에선 EPP와 S&D가 이번 선거에서 몰락하고 ALDE가 급부상하면서 ALDE 그룹에서 EU 정상회의 의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ALDE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과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 등이 후보로 언급된다.

◇ ECB 총재,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경쟁 치열
유로화를 사용하는 EU 19개 회원국의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ECB 총재 자리는 지금까지 비교적 정치적 영향을 덜 받는 자리로 전문가가 기용돼왔다.


마리오 드라기 현 총재를 이을 후보로는 집행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되는 라가르드 IMF 총재와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이 우선 꼽힌다.
또 브느와 꾀레 현 ECB 집행이사, 옌스 바이트만 독일연방은행 총재, 프랑수아 빌로이 드골로 프랑스중앙은행 총재, 올리 렌 전 핀란드 고용경제부 장관, 에르키 라카넨 전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 등도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고 EU 집행위 부위원장을 겸하게 되는 외교·안보 고위대표로는 S&D의 집행위원장 후보이기도 한 네덜란드 외교장관 출신인 티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을 비롯해 호세프 보렐 전 스페인 외교장관 등이 거론된다.
유럽의회 의원 가운데 선출되는 유럽의회 의장은 오는 7월 2일 유럽의회 본회의에서 선출될 예정이지만 아직 유력한 후보가 떠오르지는 않고 있다.



bing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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