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가 유럽의회 선거가 끝난 뒤 선거 기간 온라인에서의 의견 제한을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말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이어 기민당 대표직에 오른 크람프-카렌바우어는 독일의 유럽의회 선거 다음 날인 27일 선거 캠페인 동안 온라인에서 정치적 의견을 규제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날로그 영역에서 적용되는 규제 중 어떤 것이 디지털 영역에도 적용되어야 하는지 질문을 해본다"고 말했다.
기독민주당과 자매정당인 기독사회당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총 28%를 득표하는 데 그쳐 지난 선거보다 7% 포인트 정도나 득표율이 떨어지는 부진한 성적표를 얻었다.
크람프-카렌바우어의 이런 발언은 선거를 앞두고 기민당이 유튜버들로 인해 난감한 상황에 빠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유명 유튜버인 레조는 기민당의 기후변화 정책 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기민당을 곤혹스럽게 했다.
선거 당일까지 이 영상의 조회 수는 1천만 이상일 정도였다.
독일 언론은 이 영상을 둘러싼 논란이 기민당에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더구나 유명 유튜버 70여 명은 선거 직전 레조에 동조하면서 기민당과 기사당, 사회민주당에 대해 투표 반대를 주장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크람프-카렌바우어의 발언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녹색당의 카트린 괴링-엑카르트 의원은 "크람프-카렌바우어가 선거 결과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고 공영방송 도이체벨레가 전했다.
좌파당의 니마 모바사트 의원은 트위터에 크람프-카렌바우어의 사임을 요구했다.
이에 크람프-카렌바우어는 트위터에 "내가 의사 표현을 규제하려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받아쳤다.
그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에서 소중한 가치로, 우리가 논의해야 하는 점은 선거 기간 어떤 규칙을 적용하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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