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계 마을 겨냥한 코소보 범죄단속에 발칸반도 긴장 고조

입력 2019-05-29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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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계 마을 겨냥한 코소보 범죄단속에 발칸반도 긴장 고조
코소보 "조직범죄 연루자 20여명 체포"…세르비아 "군에 전투태세 명령"
러시아 국적자 등 유엔직원 2명도 구금돼 러시아 반발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발칸 반도의 '앙숙' 세르비아와 코소보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무장한 코소보 경찰이 세르비아계가 다수를 차지하는 코소보 북부 도시에서 감행한 범죄 조직 소탕 작전에 세르비아가 반발하면서다.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코소보 특수경찰은 28일 오전(현지시간) 미트로비차 등 세르비아계 주민이 압도적으로 많이 거주하는 북부 지역에 최루탄을 터뜨리며 전격 진입해 경찰관 19명과 민간인 9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이 조직범죄와 밀수, 뇌물수수, 직권 남용 등에 연루돼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한 이 과정에서 공무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또 다른 사람 9명을 구금 중이라고 덧붙였다.
코소보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세르비아는 코소보의 이 같은 조치에 즉각 반발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코소보 경찰이 비무장 상태의 세르비아계 주민들의 머리 위로 실탄을 발사하는 영상을 봤다"고 분노하면서 "이번 단속은 코소보에 사는 세르비아계 소수 민족을 겁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소보 인구의 대다수는 알바니아계가 차지하고 있다.
부치치 대통령은 그러면서 세르비아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경 근처에 주둔 중인 세르비아 병력에 전투 태세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코소보 북부 지역은 경찰이 철수하면서 다시 평온을 되찾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세르비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코소보 국경으로 병력과 무장 차량을 이동시키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AP는 전했다.
코소보와의 국경 근처에는 미그-29 전투기가 저공비행을 하는 모습도 포착됐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체포된 사람 가운데에는 러시아 국적자를 비롯한 유엔 직원 2명도 포함돼 있어 러시아도 강하게 항의했다.
이들 유엔 직원은 경찰의 단속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러시아 국적의 직원은 치료 후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코소보의 행위를 도발로 규정하면서, 자국 국적의 유엔 직원을 즉각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라무쉬 하라디나이 코소보 총리는 이에 대해 "불법 행위에 관여한 사람들은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세르비아계 소수 민족은 평정을 유지하고, 경찰을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코소보에서 활동 중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평화유지군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평화롭고, 책임감 있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당사자가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 일로 가뜩이나 껄끄러운 코소보와 세르비아의 관계는 한층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옛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세르비아의 '인종청소'로 1만3천여 명이 사망하고, 100만여 명이 난민으로 전락하는 참혹한 내전을 겪었다.
이후 나토가 주도하는 세르비아 공습으로 1999년 내전이 종식되자 코소보는 유엔의 개입으로 세르비아와 평화협정을 맺은 후 2008년 독립을 선포했다.
현재 세계 110여 개국이 코소보를 주권 국가로 대우하고 있으나, 세르비아와 세르비아의 우방인 러시아, 중국 등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나란히 유럽연합(EU) 가입을 희망하는 세르비아와 코소보는 EU 가입의 선행 조건으로 양국 간 관계 개선을 내세운 EU의 요구에 따라 대화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코소보가 작년 11월 세르비아산 제품에 관세 100%를 부과하자, 세르비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대화를 중단했다.
코소보는 세르비아가 코소보의 주권을 인정해야만 관세를 철회할 것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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