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캠프도 재반격…양측 신경전에 '김정은, 美대선 한복판으로'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류지복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맹폭'한 북한 측의 손을 들어준 발언을 두고 워싱턴 정가에서 논란이 이어졌다.
바이든 전 부통령 캠프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3박 4일간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미국 땅을 다시 밟자마자 성명을 내며 반격에 나섰고, 트럼프 캠프 측도 곧바로 재반격을 시도하는 등 양측의 감정싸움도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바이든 캠프의 케이트 베딩필드 부본부장은 이날 오후 낸 성명에서 "외국에서, 그것도 메모리얼 데이(미국 현충일·27일)에 동료 미국 국민이자 전직 부대통령에 맞서 잔인한 독재자 편을 반복적으로 드는 것 자체가 모든 걸 다 이야기해준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통령직의 품위 이하의 처사"라고 비난했다.
베딩필드 부본부장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언행이 "헬싱키에서 푸틴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은 것을 포함해 우리의 제도를 희생하는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독재자들을 끌어 안아온 패턴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핀란드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 당시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미 정보기관들의 조사결과보다 오히려 의혹을 부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역풍에 부딪힌 바 있다.
또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수차례 '친서'를 교환하며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시간으로 지난 26일 오전 일찍 트윗을 올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바이든 전 부통령을 공격한 것을 끄집어내며 "그(김 위원장)가 조 바이든을 IQ가 낮은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건가"라고 되물으며 시작됐다.
당시 북한의 반응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18일(미국 현지시간) 유세에서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독재자'와 '폭군'으로 지칭한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미일 정상회담 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조 바이든은 재앙이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 캠프 측도 즉각적으로 역공을 시도했다.
트럼프 캠프의 팀 머토 대변인은 트위터 글을 통해 "그러한 비판이 지난 2월 외국 땅에서 대통령을 공격했던 조 바이든의 입에서 나오다니 참으로 재미있다"고 비꼬았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 및 이민자 가족 분리정책을 비난했던 걸 겨냥한 것이라고 더힐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귀국 후 트윗에서 "나는 사실 외국에 있는 동안 졸린(Sleepy) 조 바이든을 방어했다"며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은 그(바이든)를 'IQ가 낮은 멍청이', 그리고 그 외 많은 것들로 불렀지만, 반면 나는 훨씬 부드럽게 'IQ가 낮은 사람'이라고 했다"고 응수했다.
미국 조야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미국인보다 독재자 편을 드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공화당 소속 피터 킹(뉴욕)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동료 미국인 대신 잔인한 독재자의 편을 드는 건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라고 직공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털시 개버드(하와이) 하원 의원은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통해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한 것은 북한 입장에서 볼 때 합의를 해도 미국이 나중에 이를 철회하거나 정권교체를 추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비핵화 합의를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적보다 '살인적인 독재자'와 보조를 맞춤으로써 재선에 도움만 된다면 미국 민주주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든 간에 외국의 지도자들을 끌어들이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신경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김 위원장이 2020년 미국 대선전의 한복판으로 깊숙이 들어온 모양새가 연출된 셈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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