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장 "러가 도와달라"…러 하원의장 "대북제재 해제 전 사업 검토하자"
문 의장, 러 상원의장 만나 "韓 평화 위한 러시아 역할 기대" 당부
(모스크바=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유철종 특파원 = 한국 국회의원과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원으로 구성된 한러 의회 간 고위급 협력위원회가 28일(현지시간) 첫 회의를 열고 남북러 3각 협력 등을 논의했다.
협력위는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 하원 회의장에 모여 한반도 문제와 다자협력, 경제협력, 입법 지원, 문화·교육·인적교류, 한러 수교 30주년 기념행사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협력위 첫 회의 개회사에서 "대한민국은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도 남북러 3국의 원활한 경제적 활로가 뚫리기를 항상 고대하고 있다"라며 "지금 섬나라인 한반도가 평화만 이뤄지면 대륙 국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꿈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현재 상황은 그렇게 가볍고 쉽게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아실 것"이라며 "남북러가 앞으로 활발한 관계 개선을 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앞장서 도와주시고, 우리는 우리대로 공통의 연구를 통해 모색하는 과정을 가지겠다. (협력 문제를) 차분히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국회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개회사에 나선 뱌체슬라프 볼로딘 러시아 하원의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해제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남북러 3각협력 사업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자고 제안했다고 타스 통신이 전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 해제를 기다리지 말고 프로젝트(3각 협력 사업)들에 대한 검토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선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북한을 경유하는 남한으로의 러시아산 가스 공급과 전력 송출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아는 한 북한도 이 분야 협력에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볼로딘은 "의회 간 (협력)형식은 좀 더 유연하며 어떤 문제라도 논의할 수 있는 관계"라면서 "(남북러)3자 관계 틀에서의 협의로 첫 행보를 시작하자"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남북러 3각 협력 사업 이행 전망을 타진하기 위한 3국 전문가 회의 개최를 주문했다.
볼로딘은 또 오랜 기간 양국 정부의 심의와 조율 단계에 있는 양자 협력 문서들을 처리하자고 제안하면서 운전면허증 상호인정 협정, 승무원 자격증 상호인정 협정, 과학기술협력 협정 등을 들었다.
그는 이밖에 서울에서 열릴 차기 회의에서 양국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디지털 경제 발전' 국제포럼을 개최하자는 제안도 했다.
한러 의원친선협회 회장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의원들과 남북러 3각 경제교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설명했다.
추 의원은 "러시아는 북한에 대한 상응하는 조치, 즉 제재 완화 내지는 일부 면제를 함축하는 의미인데 그것이 없이 어떻게 비핵화 대화를 할 수 있겠느냐, 러시아 측에서는 북한에 대화를 끊어서는 안 된다고 많이 권고하고 설득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일방적 요구인 대화는 현실성이 없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인사들이) 북한과 함께 3각 경제교류를 본격화하자, 지금까지 방안을 논의하는 단계였다면 그 논의를 좀 더 격상시켜 실제적 경제협력을 하자, 그렇게 속도감을 촉구하는 발언이 많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폐기에 대해 러시아는 우리가 그를 통해 북한의 의지도 파악하고 대화의 지속 등 간접적으로 의사를 타진할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라면서 "러시아와 우리의 문제와 아울러, 북한과의 사이에서도 러시아가 '레버리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회의에서 서로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추 의원은 "러시아 측에서는 다음 회의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등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 등 '디지털 이코노미'를 주제로 논의하자고 이야기하기도 했다"라고 소개했다.
이날 협력위 첫 회의에는 우리 국회에서 추 의원과 민주당 송영길·박재호 의원,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이 참석했고, 러시아 하원 의회에서는 올가 에피파노바 부의장, 레오니드 슬루츠키 외교위원장, 파벨 자발니 에너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문 의장은 이날 오전 볼로딘 하원의장을 만난 데 이어 오후에는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상원의장도 만났다.
문 의장은 마트비옌코 의장에게 "지난번 처음 방한했을 때 남북한을 동시에 방문해 한반도에 남다른 관심을 가진 것에 감사드린다"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러시아의 역할을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회와) 러시아 하원 간 고위급 협력위원회가 열려 여러 실질적인 협력을 논의했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서 상원과도 정례 교류하는 게 어떤가 싶다. 양국 의장의 상호 방문을 제안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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