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율전쟁 선포 후 저인망식 감시…과녁 중앙엔 중국(종합)

입력 2019-05-2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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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환율전쟁 선포 후 저인망식 감시…과녁 중앙엔 중국(종합)
상품무역 80% 이상에 환율영향 평가…조작 기준도 강화
'환율 관세폭탄' 정지작업…트럼프 무역적자 축소의지 반영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재무부가 28일(현지시간) 발표한 환율보고서를 통해 중국 등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는 교역 상대국들에 대한 압박을 대폭 강화했다.
미국 정부가 앞서 통화 가치가 떨어진 국가들의 수출품에 상계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한 상황에서 환율조작의 감시 범위를 넓히고 기준을 훨씬 강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환율조작을 의심받는 국가로 직접 지목된 만큼 이번 판정을 근거로 한 실질적 조치가 이뤄진다면 첫 번째 타깃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번 반기 보고서에서부터 재무부는 환율을 감시할 대상국들의 범위를 미국의 12대 교역국에서 대미 수출입 규모가 400억 달러(약 47조5천억원) 이상인 국가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이번 보고서에 포함된 국가는 21개국으로 늘어났다.
지난 10월 보고서에 등재된 조사 대상국은 스위스, 대만, 한국, 일본, 중국, 브라질, 인도, 멕시코,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13개국이었다. 이번에는 태국,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아일랜드, 네덜란드, 벨기에가 추가됐다.
재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목록 확대에 따라 재무부가 미국 상품무역의 80% 이상을 감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리는 이로 인해 미국의 거시경제 전망에 의미가 있을 수 있는 국가라면 어느 곳이나 조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감시망 확대의 배경에는 무역 상대국 전체를 상대로 적자를 줄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쳐온 트럼프 대통령은 상품무역 적자를 미국 제조업의 쇠퇴 또는 일자리 파괴로 규정하면서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기업들의 해외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복귀시킬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해왔다.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전가의 보도'로 휘둘러온 것이 고율 관세였는데, 이제 그는 무역적자 원인으로 지적해온 환율 문제에도 고율 관세를 해결책으로 꺼내 들었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미국을 상대로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국가를 '환율보조금'을 지급한 국가로 판정하고 관련 제품들을 골라 관세를 물리는 규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수출을 위해 조작된 환율 때문에 무역적자가 발생했다고 판정하면 언제라도 그 효과를 상계관세 부과로 희석하고 대가까지 묻겠다는 것이다.
상무부는 환율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절차에 들어갈 때마다 재무부의 평가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따를 것이라고 이날 연방관보를 통해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상무부의 환율 상계관세 부과 체계가 재무부가 환율조작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운용하는 기존 절차를 토대로 구축된다고 설명했다.
재무부의 환율 감시 대상국 지정과 상무부 상계관세는 다른 법률에 따른 조치이지만 그 내용이 되는 환율조작 판정 방식은 같다는 것이다.
이런 관계설정을 볼 때 재무부의 이번 환율보고서에서는 종전과 달리 환율 상계관세의 표적이 될 수 있는 국가들을 예고하는 성격이 관측된다.
미국에 무역적자를 초래하는 주요 교역국들에는 강력한 압박일 수밖에 없다.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통화 가치 하락에 정부나 중앙은행이 개입했는지를 따지는 기준도 대폭 강화했다.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을 판정하는 기준은 ▲ 대미 상품수지 흑자 규모 ▲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중 ▲ 외환시장에서 지속적인 한 방향 개입이 이뤄졌는지 등 세 가지다.
대미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200억 달러로 유지했으나 경상수지 흑자의 비중은 기존 GDP 대비 3% 이상에서 2%로 이상으로, 외환시장 개입 기간은 12개월 중 8개월에서 6개월로 한층 강화됐다.
작년 10월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기준 3개를 모두 충족하는 심층분석대상국은 지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준 2개를 충족하거나 대미 무역 흑자가 큰 관찰대상국은 기존 6개국에서 9개국으로 확대됐다.
중국,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이 이번에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이들 국가는 신종 상계관세를 앞세운 환율전쟁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진 까닭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미국과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은 환율에 대한 부담까지 커질 전망이다.
재무부는 중국의 외환시장 직접개입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위안화의 가치 하락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환율을 문제로 삼아 관세 폭탄을 투하하는 체계가 예고된 상황에서 이번 경고는 종전 경고와 의미나 무게가 다른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에 대해 재무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포함해 환율의 투명성이 결여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중국은 점진적인 경제 자유화 정책에서 비시장적 메커니즘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국가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왔다면서 보조금과 여타 부당한 관행들이 중국과 교역 상대국 간 관계를 점점 더 왜곡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재무부는 "중국이 지속적인 위안화 약세를 피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계속 촉구한다"며 시장을 왜곡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어조를 높였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은 "재무부는 극도로 큰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확대된다는 맥락에서 작년에 달러 대비 위안화의 가치가 8% 떨어진 것을 고려, 환율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강화된 양자 개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찰대상국인 일본, 유럽연합(EU)에 포함된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는 미국이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상대들이다.
따라서 미국은 이들 국가와의 무역협상에서 환율 의제를 더 강한 지렛대로 사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은 미중 무역전쟁의 격화로 인해 대미 수출이나 직접투자 유치 등 반사이익을 얻는 국가들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수출을 억제한 효과가 이들 국가의 어부지리 때문에 상쇄될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다.
재무부는 한국에 대해서는 관찰대상국 기준 1개에 부합하는 현 상태가 유지되면 다음에는 목록에서 뺀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은 미국과의 양자협정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해 올해 초부터 이미 시행하고 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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