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맥길대·INRS 공동연구진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맛이 상큼한 크랜베리(Cranberry)가 건강에 좋다는 건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플라보노이드와 프로안토시아니딘 성분이 풍부해 심장, 위, 비뇨기 등에서 항산화·항균 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크랜베리가, 세계 공중 보건의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항생제 내성(AMR; Anti-Microbial Resistance)'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크랜베리 추출물이 항생제의 투과 효과를 높이고, 병원균의 내성 획득을 차단한다는 것이다.
캐나다 맥길대학의 나탈리 투펭키 화학공학과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보고서를 저널 '어드밴스트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엔 캐나다의 국립 과학연구기관인 INRS 몬트리올 센터의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28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pub_releases/2019-05/mu-cjf052719.php)에 공개된 연구 개요에 따르면 연구팀은 크랜베리 성분의 분자적 특성을 알아내기 위해 여러 종류의 박테리아에 시험했다. 여기에는 요로감염, 폐렴, 위장염 등을 일으키는 박테리아도 포함됐다.
투펭키 교수는 "실험실에서 항생제를 투여한 박테리아는 보통 시간이 지나면 내성이 생긴다"면서 "그런데 놀랍게도 항생제를 크랜베리 추출물과 함께 쓰면 항생제 내성이 생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떻게 크랜베리가 이런 효능을 보이는지는 실험 결과 분석에서 드러났다.
크랜베리는 두 가지 방법으로 병원균의 항생제 민감성을 높였다. 하나는, 박테리아 세포벽의 항생제 투과율을 높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테리아가 항생제를 배출하는 메커니즘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크랜베리 추출물과 함께 투여한 항생제는 박테리아 세포 안으로 더 쉽게 들어가고, 더 오래 머물게 되는 것이다.
INSR의 에릭 데지엘 미생물학 교수는 "몇몇 종류의 프로안토시아니딘 성분이 함께 이런 작용을 하는 것 같다"면서 "이중 어떤 것이 항생제와 함께 쓸 때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내는지를 더 연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실험실 배양 실험에 이어 박테리아에 감염된 곤충 실험에서도 동일한 패턴의 항균 작용을 확인했다.
투펭키 교수는 "항생제 내성균과 맞서 싸우는 노력의 하나로, 인간과 동물에 투여하는 항생제 용량을 먼저 줄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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