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학대로 면직된 미국 전 추기경의 비행, 사전에 인지 못해"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멕시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교황은 28일(현지시간) 바티칸뉴스에 게재된 멕시코 방송 '텔레비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멕시코와의 국경에서 추진하고 있는 장벽 건설과 관련, "벽을 쌓음으로써 영토를 보호하려는 새로운 풍조가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미 베를린 장벽이 많은 골칫거리와 고통을 초래한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한 작년에 큰 논란 끝에 중단된 불법 입국한 부모와 미성년자 자녀를 격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는 최근 보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교황은 "아동들을 부모로부터 떼어놓는 것은 자연법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이런 잔인한 일을 해서는 안된다"며 "이렇게까지 해서 무엇을 지키려는 것인가. 영토와 경제, 나라를 지키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교황은 인터뷰를 진행한 바티칸 전문기자 발렌티나 알라스라키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면전에서도 동일한 말을 하겠느냐고 질문하자 "내 의견은 공개적인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가 앞에 있어도 똑같은 말을 할 것"이라며 "장벽을 건설하는 사람은 스스로 만든 장벽의 포로가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2017년 5월에 교황청을 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한 트럼프 대통령은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유입되는 불법 이민자, 마약과 범죄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멕시코 국경 장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남쪽 멕시코 국경을 통해 불법으로 입국한 가족의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하는 '가족 분리' 정책을 재개하도록 행정부를 압박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이를 부인한 바 있다.
초강경 이민정책을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 국경에서 밀입국한 모든 성인을 기소하고, 함께 온 미성년 자녀들을 부모로부터 격리하는 정책을 밀어붙였으나, 아동학대라는 비난이 속출하자 한발 물러서 작년 6월 이 정책을 중단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또한 이날 인터뷰에서 과거에 미성년자와 신학생을 상대로 저지른 성 학대 혐의가 확인되면서 지난 2월 사제직에서 면직된 시어도어 매캐릭 전 미국 추기경의 비행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매캐릭 의혹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며 "알았으면 침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적인 프란치스코 교황을 맹렬히 비판해온 보수파의 일원인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는 작년 8월 가톨릭 보수 매체들에 편지를 보내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임 직후부터 미국 가톨릭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온 매캐릭 전 추기경의 성 학대 의혹을 알고도, 이를 은폐하는 데 가담했다고 주장하며 교황 퇴위를 촉구해 교황과 교황청을 곤혹스럽게 했다.
교황은 아울러 보수적 가톨릭 단체가 이달 초부터 이혼한 사람들에게 성체 성사를 허용하는 등 포용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교황을 이단으로 몰아가는 서명을 받는 있는 것에 대해서는 "그런 일에 상처를 받지 않고 유머 감각을 갖고 받아들이려 한다"고 답했다.
교황은 "그들은 잘못 생각하고 있고, 딱한 사람들이기에, 또한 그들 일부는 조종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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