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무기 생산·가동에 필수지만 중국에 80% 의존
미국 희토류광산 단 1곳…국방부 자체조달책 의회 보고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희토류를 무기화할 때 미국 방위산업이 받을 타격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략을 뒷받침하는 첨단무기에 희토류가 필수인 까닭에 중국이 수출제한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당장 미국 국방부가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30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희토류 공급차질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미국 무기는 전투기부터 장갑차, 유도미사일, 야간투시경, 레이저 표적화 장치 등 광범위하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2013년 보고서를 보면 세계 최첨단 전투기로 거론되는 F-35 라이트닝 II를 한 대 생산하는 데 희토류 920파운드(약 417㎏)가 필요하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제작, 판매하는 스텔스기인 F-35 라이트닝 II는 미국 3군에서 운용되는 통합 전투기로서 미국 국방부에서 가장 비싼 무기체계다.
CRS에 따르면 이트륨(Y), 터븀(Tb)을 포함한 희토류는 레이저 표적화와 같은 첨단 장치와 미래 전투체계(FCS)를 뒷받침하는 차량에 사용된다.
이들 희토류는 세계 각 분쟁지역에서 기동성을 자랑하는 스트라이커 장갑차, 극단주의 무장세력과의 전쟁에서 맹위를 떨친 최첨단 무장 무인기 프레데터 드론, 리비아 내전과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응징에 가동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등에도 필수로 들어간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37%를 보유하며 생산량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필요한 희토류의 80%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국에 대한 미국의 이 같은 희토류 의존도를 약점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시장조사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사이먼 무어스 상무이사는 "희토류는 틈새 전문분야로 미국 국방부에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어스 이사는 "희토류가 메뉴에 올랐다는 사실은 중국이 자원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정치적 무기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전날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 최고의 경제기구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관계자를 인용해 희토류 무기화를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 인민들은 중국에서 수출한 희토류로 만든 상품이 오히려 중국 발전을 억제하는 데 사용된다면 불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산 희토류가 첨단 무기와 장비 제작에 사용돼 이를 토대로 한 미국의 글로벌 패권 전략이 무역이나 기술전쟁의 형태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관측됐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미국 내 전체 희토류 소비의 1%, 세계 전체 소비의 9%를 차지하고 있다.
GAO는 보고서에서 "희토류는 미국 군사장비의 생산, 유지, 작동에 필수적"이라며 "전체적인 국방 수요와 관계없이 희토류 공급을 확보하도록 해달라는 게 국방부의 기본 요구"라고 지적했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내 생산을 촉진할 방안을 담은 '국방물자생산법 Ⅲ'(DPA Ⅲ) 보고서를 이날 의회에 제출했다.
DPA Ⅲ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국방과 국토안보 요구에 발맞춰 고도의 맞춤형 경제지원으로 자국 산업에 필수적인 자원을 확보하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희토류는 희소한 광물이라는 뜻을 품고 있으나 실제로 금이나 은처럼 희귀하고 비싼 것들은 아니다.
이들 17개 광물은 자성이 강하거나 광학적인 특질이 있어 첨단기술을 접목한 무기를 생산하는 데 매우 쓸모가 있다.
희토류는 같은 효용 덕분에 무기뿐만 아니라 아이폰, 전기자동차의 모터, 풍력발전용 터빈 같은 제품에도 널리 쓰인다.
선진국들은 다른 광물과 뒤섞여 있는 희토류 원석을 광산을 뚫어 채굴하고 공장을 지어 제련하는 데 환경오염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직접 생산을 꺼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마운틴 패스'가 채굴이 이뤄지고 있는 유일한 희토류 광산이다.
그러나 광산을 보유한 MP머티리얼스는 채굴한 광물을 매년 대략 5만t씩 중국으로 보내 제련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현재 건축되고 있는 희토류 제련공장은 최소 3곳이며 한 곳은 내년 마운틴 패스 광산에서 개소할 예정이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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