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강정마을 주민들이 문재인 정부와 제주도에 제주해군기지 건설에서 일어난 인권침해에 대해 사과하고 진상 규명에 나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와 제주해군기지 전국대책회의, 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는 30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는 제주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일어난 무차별적인 인권침해에 대해 즉시 사과하고 진상 규명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발표는 제주해군기지 추진 과정에서 벌어진 잘못된 공권력의 실체를 드러냈다"며 "경찰·해군·국정원 등 국가기관과 제주도, 서귀포시청에 이르기까지 조직적으로 제주해군기지 추진에 개입하면서 강정주민의 인권을 철저하게 파괴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이번 진상조사위 발표로 새롭게 확인된 '주민 투표함 탈취사건'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
진상조사위에 따르면 제주해군기지 찬반을 묻기 위해 2007년 6월 19일 강정마을 임시총회가 열렸지만, 해군 측이 주민 투표함을 탈취하면서 무산됐다.
이들은 "주민의 사전 동의를 전제로 추진하겠다던 당시 해군 측의 입장은 어디 가고 위법 부당하게 제주해군기지를 강행한 행위에 대해 10년 넘게 그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며 "당시 이를 목격하고도 대응하지 않은 경찰과 서귀포시청 직원도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9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강정 해군기지 건설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경찰청에 재발 방지 및 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정책 개선을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정부에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물리력을 동원해 해군기지 유치 및 건설을 강행한 점에 대한 사과를 촉구했다. 또한 여러 국가기관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진상 규명, 공공사업 추진 시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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