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비난, 러시아 먹칠 시도…美의 본격적 핵실험 준비 구실"
"러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 오래전 비준, 美가 비준 거부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핵능력을 증강하기 위해 아주 낮은 수준의 저강도 핵실험을 비밀리에 실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국방정보 기관의 주장을 러시아 외교 당국이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는 30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수장 로버트 애슐리 중장의 관련 발언에 대해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초소규모 핵실험을 실시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미국 측의 발언을 심각한 도발로 간주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비난은 전혀 근거가 없으며 다시금 러시아에 먹칠을 하려는 시도다"라고 덧붙였다.
외무부는 "미국의 목적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비준을 거부하고 있는 자국으로부터 국제사회의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것임이 명백하다"면서 "동시에 미국이 이를(러시아의 핵실험 의혹을) 구실로 본격적 핵실험을 재개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CTBT의 발효에 필수적인 조약 비준을 이행하는 책임있는 행보를 취하길 촉구한다"면서 "미국의 정치·군사 지도자들은 핵실험 시대로의 회귀가 글로벌 안정성에 아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미 워싱턴DC 주재 러시아 대사 아나톨리 안토노프는 전날 "CTBT 기구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이 조약을 훌륭하게 준수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이 조약을 이미 오래전에 비준했지만 미국은 여러 해 동안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미국 측의 비난을 단호히 배척한다"고 밝혔다.
안토노프 대사는 "미국 측이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도 놀라움을 불러일으킨다"면서 "(러시아와의)협의에서 밝히지 않고 언론을 통해 그렇게 했다. 이는 러시아뿐 아니라 군비통제 체제, 전략적 안정성 시스템 전체에 대한 잘 계획되고 조율된 공격임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지난 1990년 10월 북극권의 노바야제믈랴 제도 시험장에서 핵실험을 한 것이 마지막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 DIA 수장 애슐리 중장은 앞서 29일 워싱턴DC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군축 포럼에 참석, "미국은 러시아가 아마도 '무수율'(Zero Yield) 실험 방식으로 모라토리엄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무수율 실험'은 폭발 시 핵에너지를 거의 방출하지 않는 매우 작은 규모의 핵실험을 뜻한다.
미국은 러시아가 무수율 실험을 하면서 CTBT를 위반했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CTBT는 1996년 UN 총회에서 결의한 핵실험전면금지조약으로, 이전의 부분적 핵실험금지조약과 달리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CTBT 기구에 따르면 현재까지 184개국이 조약에 서명하고 168개국이 비준했다.
조약이 발효하기 위해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할 능력을 갖춘 44개국의 참여가 필요하나 현재까지 36개국만이 비준한 상태다.
주요 핵보유국인 러시아는 1996년 조약에 서명하고, 2000년 비준했다.
하지만 역시 핵강국인 미국과 중국 등은 서명은 했으나 비준 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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