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피하기 아니냐" 지적에 야권 "건강검진·사업차 출국" 해명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지난달 17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야권의 폭력시위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야권 대선후보가 돌연 출국한 것으로 확인돼 의혹이 일고 있다.
30일 자카르타글로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권 대선후보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는 지난 28일 자카르타 할림 공항에서 전세기를 이용해 두바이로 출국했다.
이민국 당국자는 그가 인도네시아인 3명과 러시아인 2명, 미국인 1명, 독일인 1명과 동행했다면서 "언제 귀국할지, 왜 출국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선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현 대통령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프라보워 후보가 해외로 도피한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21일 밤부터 23일 새벽까지 자카르타 시내 중심가에서 벌어진 야권 지지자들의 폭력시위로 최소 8명이 숨지고 700명 이상이 중경상을 입은 사태와 관련해 책임론이 수그러들 때까지 외국에 나가 있으려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다.
프라보워 후보와 야권 대선 캠프는 해당 사태와의 관련성을 부인하지만, 시위 현장에선 투석전에 쓰일 돌 등이 실린 그린드라당 소유 구급차가 압수됐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야권의 대선 불복 시위로 인한 혼란을 틈타 정부 고위 인사들을 암살하려던 일당 4명도 검거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일반 시민에게도 총을 쏜 뒤 경찰의 소행으로 덮어씌워 반정부 정서를 증폭시키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야권은 종종 있었던 업무상 출국을 마치 대단한 사건인 양 부풀려 프라보워 후보를 음해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 프라보워 후보는 29일 오후에는 두바이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루훗 판자이탄 해양조정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기도 했다.
야권 부통령 후보인 산디아가 우노 전 자카르타 부지사는 "프라보워 후보는 유럽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사업상 회의를 하고 3∼4일 뒤 돌아온다고 했다"면서 새삼스럽게 그의 출국이 논란이 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린드라당은 프라보워 후보가 업무차 두바이를 거쳐 오스트리아로 향했다고 밝혔다.
다만, 주간 템포 등 일부 매체는 그가 진료 등 목적으로 스위스 취리히를 종종 방문해 왔다면서 이번에도 최종 목적지는 스위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앞서 인도네시아 여권 일각에선 독재자였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 일가가 스위스에 은닉했다는 비자금을 지렛대로 삼아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프라보워 후보를 압박하는 방안이 거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KPU)는 지난달 17일 치러진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이 55.50%를 득표해 연임에 성공했다고 21일 발표했다.
프라보워 후보의 득표율은 44.50%에 그쳤다.
그러나 프라보워 후보는 정부·여당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는 내달 28일 이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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