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도네시아와 군사협력 강화 움직임…중국 견제 박차

입력 2019-05-31 09:15  

美, 인도네시아와 군사협력 강화 움직임…중국 견제 박차
'동티모르 학살' 인니 특수부대와 내년부터 합동훈련 재개할 듯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미군이 동티모르 학살의 배후라는 이유로 중단했던 인도네시아 특수전사령부(코파수스·Kopassus)와의 합동훈련을 내년부터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31일 자카르타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 대행은 전날 자카르타에서 리아미자드 리아쿠두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을 만나 군사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양국 국방부 장관은 회담 후 발표한 공동 성명을 통해 "양국 국방부는 2020년 코파수스와 합동훈련을 하고 양국 특수부대 간 관계를 정상화해 군사훈련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지지를 천명한다"고 밝혔다.
코파수스는 독재자였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 집권기에 인도네시아 각지에서 정권유지를 위한 고문과 암살 등 각종 인권침해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또, 1999년에는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하려 하자 민병대와 함께 학살과 방화를 자행했다는 의혹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미국은 인권을 침해하고서도 처벌받지 않은 외국 군대에 대한 지원을 금지하는 외국 원조법에 따라 이후 코파수스와의 협력을 중단했으나, 아시아권에서의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2010년 제재를 완화하고 인도네시아군과 안보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데이브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코파수스와의 훈련은 150명가량이 참여해 4∼6주간 진행하는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 입안 단계이지만, 초기 구상대로라면 위기 대응, 인질 구출, 인권 보호 등 주제로 훈련이 짜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 성명에는 동남아 6개국 간 전략정보공유 네트워크 '우리의 눈'(아워 아이즈·Our Eyes)을 통한 역내 안보 위협에의 공동대응을 지지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인도네시아 해역에 가라앉은 군함들이 불법인양되지 않도록 수중 조사를 한다는 등 내용도 포함됐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6년 자바해에 침몰한 미국과 영국 등 연합군 소속 함정들의 잔해가 사라진 문제 때문에 관련국과 외교갈등을 빚었다.
현지 언론은 고철을 노린 인양업체들이 침몰선을 무차별적으로 건져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이들의 배후에 중국 의료·첨단기기 업계와 연관된 중국계 범죄조직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도네시아와 미국의 안보협력 강화는 남중국해에서의 군사적 패권 확장을 노리는 중국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부터 남중국해 나투나 제도 주변 해역의 어업권 등을 놓고 중국과 신경전을 벌여왔다. 황금어장이자 천연가스 등 자원의 보고인 이 해역은 인도네시아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지만, 중국이 자국령으로 주장하는 '남해 9단선(南海九段線)'과 일부 면적이 겹친다.
이와 관련해 제임스 매티스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작년 초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인도네시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해양 안보에 중심적 역할을 하도록 돕겠다면서 "우리는 남중국해와 북(北)나투나해에서의 해양영토 감시를 도울 수 있다"고 밝혔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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