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부터 5% 부과…매월 인상해 10월부턴 25% 적용"
백악관 "USMCA와 별개"…상원 금융위원장 "대통령 권한 오용"
페소화 급락…멕시코 생산후 美수출 亞 자동차기업 주가 하락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관세 부과를 수단으로 삼아 주요 교역국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불법 이민 문제 해결을 위해 멕시코에 '관세의 칼'을 빼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멕시코가 미국으로 유입되는 중미 이민자를 막지 않으면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상품 전체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6월 10일부터 멕시코를 통한 불법 이민자 유입이 중단될 때까지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관세는 불법 이민 문제가 고쳐질 때까지 점진적으로 인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백악관 성명에서는 이민 '위기'가 계속되면 7월 1일부터 관세를 10%로 인상하고,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 수를 극적으로 줄이거나 없애는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8월 1일부터 15%, 9월 1일부터 20%, 10월 1일부터 25%로 관세율을 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멕시코가 불법 이민문제를 해결할 조치를 하는 데 실패하면 25% 관세율을 유지하겠다면서 이 경우 "멕시코에 있는 기업들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멕시코의 소극적인 협조로 인한 (불법 이민자의) 대규모 유입이 미국의 국가안보와 경제에 각별한 위협을 초래했다"면서 "우리 조국은 그동안 이익을 취하려는 누구에게나 '돼지 저금통'이 돼왔지만, 이제는 미국의 이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대립을 원치 않는다"며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이민 문제의 대안을 찾아보자"고 밝혔다.
그는 "사회적인 문제는 관세나 강압적인 조치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자유의 여신상은 허울뿐인 상징이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유럽연합(EU) 등을 상대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무역 협상을 벌여 왔으며 중국에는 대규모 제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그러나 멕시코에 대한 관세 위협은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 이슈인 국경 문제와 관세를 연계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미국 관계 당국에 따르면 남부에 있는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 입국을 시도하는 이민자 수는 하루 평균 4천500명이며 현재 8만명이 미 당국에 붙잡혀 있다.
지난 30일에는 단일 그룹으로는 지난 10월 이후 최대 규모인 1천36명이 입국을 시도했다고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전했다.
미국은 멕시코가 이런 유입을 막을 조치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지 않는다고 비난해 왔다.
그러나 멕시코는 미국이 망명 신청자들을 멕시코로 되돌려보내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게 하고 있으며 지난해 1∼8월 미국보다 멕시코가 추방한 중미인이 더 많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멕시코가 1년 안에 양국 간 국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멕시코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자동차에 국한하지 않고 멕시코산 제품 전체에 대한 관세를 경고했다.
멕시코는 유럽연합(EU), 중국과 함께 미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로, 토마토 등 농산물부터 자동차, 카펫까지 다양한 상품을 수출한다.
지난해 멕시코의 대미 수출은 3천465억달러(약 412조6천억원)였으며 이에 대해 5% 관세를 매긴다면 173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실제로 관세가 부과되고 관세율이 인상될수록 미국 기업과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생산한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관세 부과 시 타격을 받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개장한 이날 한국 증시에서 기아자동차 주가는 전날보다 4.5% 내렸으며 일본 증시에서도 도요타, 닛산, 마즈다는 각각 2.9%, 5.2%, 7.1% 하락했다.
미국이 멕시코에 대해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체결한 새 북미자유무역협정의 비준과 발효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정부는 이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하기 위해 체결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합의안을 미 의회에 보내 협정 비준을 공식 요청했다.
USMCA는 미국이 지난해 수입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기 시작한 관세가 걸림돌로 작용해 난항을 겪다가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이 관세를 철폐하고서야 3개국 모두 의회 비준 절차에 돌입했다.
믹 멀베이니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이번 발표가 '긴급한' 이민 문제에 관한 것이라며 USMCA와는 '완전히' 별개 문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의 골자가 상호 무관세에 있는 만큼 이날 관세 위협으로 USMCA의 향방은 불투명해졌다.
전미대외무역위원회(NFTC)의 루퍼스 여크사 위원장은 "USCMA가 물 건너가고 있다"며 "어떤 교역 파트너가 이제 이 행정부가 (무역)합의를 존중한다고 믿겠는가"라고 되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로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를 제시했다.
이는 국가안보 위협시 대통령이 국가나 기업, 개인과 거래와 교역을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법으로, 미국은 이를 다른 국가나 기업에 대한 제재 근거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의문이 즉각 제기됐다.
척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상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대통령 관세 권한의 오용이며 의회의 의향에 반하는 것"이라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거의 모두 지지하지만, 이번 것은 아니다"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 전쟁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에 금융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세계 외환시장에서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장중 한때 2.6% 급락한 달러당 19.6400페소까지 내려갔으며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는 3개월 만의 최저인 달러당 108.95엔까지 상승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20개월 만의 최저치인 2.17%까지 내렸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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