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의 입' 16번 홀에서도 무더기 보기
(찰스턴[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US여자오픈을 주관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대회 관전 포인트로 '11번 홀(파3·172야드)'을 꼽는다.
11번 홀은 US여자오픈이 열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파71·6천535야드)에서 가장 희한하게 생긴 홀이다.
이 홀에는 '놀라운', '상징적인' 등 수식어가 붙는다.
11번 홀의 그린은 마치 외딴 섬처럼 봉긋 솟아있다.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이 전체적으로 평지여서 더욱 눈에 띈다.
그린 양옆에는 깊고 넓은 벙커가 도사리고 있다. 그린 자체도 독특하게 생겼다. 핀에서 먼 부분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45도 기울어져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샘 스니드는 이 홀에서 13타를 기록한 적이 있다. 왕년의 골퍼 제이 시겔은 이 홀을 '잔인한 홀'이라 불렀다. 보기를 쳐도 잘했다고 위안할 수 있는 홀이다.
30일(현지시간) 개막한 US여자오픈에서도 박성현(26), 지은희(33)가 더블보기로 악명 높은 11번 홀을 체감했다.
박성현의 티 샷은 왼쪽 벙커에 빠졌고, 두 번째 샷은 그린 뒤 러프에 빠졌다. 세 번째 샷으로 공을 그린에 올린 박성현은 두 번의 퍼트로 공을 홀에 넣었다.
경기 후 박성현은 "티 샷을 하기 전에 바람이 세게 불어서 위축이 됐다. 좀 감기는 샷이 나와서 벙커에 빠졌다. 벙커 샷도 공이 떨어지는 위치가 내리막에 있어서 부담됐다. 다시 생각해도 아쉽다"고 말했다.
2017년 US여자오픈 우승자 박성현뿐 아니라 2009년 우승자 지은희도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지은희는 티 샷을 오른쪽 벙커에 빠트렸다. 지은희의 두 번째 샷도 벙커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브리티시 여자오픈 챔피언 조지아 홀(잉글랜드)도 11번 홀에서 더블보기로 흔들렸다.
2010년 US여자오픈 우승자 폴라 크리머(미국)와 베테랑 헤더 영(미국), 로라 데이비스(잉글랜드)도 이 홀에서 더블보기로 아쉬움을 삼켰다.
이 밖에도 1라운드 11번 홀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11번 홀 진행 속도가 너무 느려서 6∼9명의 선수가 이 홀 주변에 몰리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예를 들어 A조가 11번 홀 티 샷을 하고 그린 쪽으로 이동하면, B조가 티 샷을 한다. C조 선수들은 티박스 밖에서 B조 선수들이 티 샷 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B조 선수들이 티샷 후 그린으로 이동하는 사이 A조 선수들이 퍼팅 등으로 홀아웃을 한다.
고진영(24)은 "그린 앞에 언덕이 심해서 짧으면 어려운 세컨드 샷을 해야 한다. 왼쪽으로 당기거나 오른쪽으로 밀리면 벙커에 빠진다. 그러면 잘해야 보기가 나온다"며 "선수들이 대체로 이 홀을 어려워해서 순서가 많이 밀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그린 앞에 3개의 벙커가 놓여 있어 말발굽 모양으로 생긴 16번 홀(파4)도 이 코스에서 주목받는 홀이다.
'사자의 입(Lion's Mouth)'이라는 별명이 붙은 홀은 천재 설계자 세스 레이너가 컨트리클럽 오브 찰스턴에서 가장 창조적으로 만든 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세영(26), 유소연(29), 전인지(25), 이정은(23)은 16번 홀에서 보기를 적어내 고전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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