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트럼프 겨냥 '언중유골' 비판…'충동적인 성향' 꼬집어

입력 2019-05-31 10:59  

메르켈, 트럼프 겨냥 '언중유골' 비판…'충동적인 성향' 꼬집어
하버드 졸업식서 축사…백악관은 방문 안해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30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뼈있는 훈시를 남겼다.
정치 매체인 폴리티코 유럽판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의 연설은 트럼프 대통령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들의 근간을 공격하는 데 집중된 것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 장벽 붕괴되기 이전의 동독의 삶을 소개하는 것으로 축사를 시작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장벽 건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퇴근할 때마다 장벽으로 걸어가곤 했지만 끝내는 장벽 저편의 "자유로부터 돌아서야만 했다"고 회상하면서 "베를린 장벽은 내 기회를 제한했다. 그야말로 내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일방주의가 아닌 다자주의, 민족주의적이 아닌 글로벌 사고 방식, 고립주의가 아닌 개방적 사고도 주문했다. 그러면서 "보호무역주의와 무역분쟁은 자유무역, 따라서 우리가 누리는 번영의 토대를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압박감을 받는 상황에서도 "늘 첫 충동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청중석에서 웃음과 박수가 일었다. 널리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적 성향을 꼬집는 듯한 뉘앙스였기 때문이다.
식장에 모인 학생과 학부모, 동문들은 메르켈 총리가 "거짓을 진실이라고, 진실을 거짓이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순간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축사의 대부분을 독일어로 진행했다. 다만 축사의 말미에는 영어로 "여러분들에게 이런 바람을 남기고 싶다. 무지의 장벽, 편협한 사고를 허물라"고 당부했다.
독일 총리의 하버드 대학 연설은 독일 통일의 해였던 1990년 헬무트 콜 총리 이후 처음이다. 미국 영토에서 미국 대통령의 세계관에 도전하는 듯한 내용이라는 점도 유별난 것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축사에 앞서 하버드 대학으로부터 명예 학위를 받았다. 그의 방미 일정에는 백악관 예방이 포함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과는 마주칠 일은 없다.
한편 하버드 대학에서 서쪽으로 3천200㎞ 떨어진 콜로라도주에서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투적 연설이 거듭되고 있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미국 공군대학 졸업식에서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미국이 외국을 위해 국익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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