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낙승 부총리 "예산안 매진" 주장…연정붕괴론 여전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최근 이탈리아에서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압승한 극우 성향 집권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또다시 제기된 연립정부 이탈 및 조기 총선 가능성을 일축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30일(이하 현지시간) 의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최근 자신이 조기 총선을 통해 반체제정당 '오성운동'과의 연정을 파기하고 단독 정권 수립을 노린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강하게 부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9월에 내놓을 예산안 준비에 매진할 계획이며 조기 총선은 없을 것"이라면서 "내가 연립 정권 붕괴를 원한다면 정책 제안을 준비하는데 밤낮으로 시간을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권당 동맹은 지난 26일 이탈리아 전역에서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34.4%를 득표해 중도좌파 민주당(22.7%)과 오성운동(17.1%)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이런 결과는 연정 파트너인 동맹과 오성운동의 처지가 불과 1년 사이에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작년 3월 총선에선 오성운동이 약 32%를 득표해 최대 정당으로 올라섰고, 동맹은 18%가량을 득표하는 데 그쳤다.
유럽의회 선거 이후 두 당의 분위기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높은 인기를 누리는 살비니 부총리는 동맹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감세를 밀어붙이겠다고 약속하는 등 이미 총리가 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감세는 빈곤층을 위한 정부 지출 확대를 주창하는 오성운동이 곱지 않게 보는 정책이다.
한편, 선거에 참패한 오성운동은 이날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에 대한 신임 투표를 시행하는 등 내홍에 휩싸였다.
투표 결과 전체 당원 5만6천명 가운데 80%의 찬성으로 재신임을 받긴 했지만, 리더십 위기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근 이탈리아 언론과 정계 안팎에서 살비니 부총리의 '연정 파기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살비니 부총리가 연정을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는 했지만 이면에는 이미 연정 붕괴를 상정한 고도의 전략이 숨어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표면적인 연정 유지 방침 속에 감세 등 핵심 정책을 고수해 오성운동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복안이라는 것이다.
로이터는 오성운동이 동맹의 정책에 호응하면 핵심 지지층이 이탈해 위기에 처할 수 있고, 이를 반대할 경우 동맹의 연정 이탈과 조기 총선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치적 성향이 크게 다른 두 당은 그동안 감세와 대규모 인프라 사업, 이민·난민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마찰을 빚었으며, 이때마다 연정 붕괴론에 휩싸였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