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거해도 다음 날이면 또" 전국 곳곳서 까치집 퇴치 전쟁

입력 2019-06-01 09:32   수정 2019-06-01 15:22

"제거해도 다음 날이면 또" 전국 곳곳서 까치집 퇴치 전쟁
작년 조류로 인한 정전 33건…"80%는 까치집이 원인"

(전국종합=연합뉴스) 이승민 기자 = 한국전력 직원들은 까치 산란기인 봄철이면 매년 '둥지 퇴치 전쟁'을 치른다.

지난달 17일 청주시에서도 까치집 퇴치 작업이 종일 전개됐다.
한전 충북본부 직원들은 길이 8m가량의 긴 절연막대로 매일 100개가 넘는 둥지를 제거하고 있다.
이날 퇴치 작업을 벌인 한전 직원은 "전신주 위 까치집을 매일 치워도 끝이 없다"며 "제거해도 다음 날이면 같은 자리에 또 등장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까치집 한 개를 치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가량이다.
지난 1∼5월 충북에서만 월평균 3천800여회 조류 둥지 제거 작업이 이뤄졌다.
까치는 주로 나뭇가지를 물어 와 둥지를 만들지만, 공사장 등에 있는 철사, 옷걸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철사 등 쇠붙이가 전신주와 전선 연결부에 닿으면 쉽게 정전이 일어난다.
전신주와 전선 연결부에는 절연용 피복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9일 새벽 울산시 중구 남외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아파트 11개 동 892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한전 울산지사는 이 아파트 전신주에 지어진 까치집으로 누전이 발생하고 케이블이 타면서 정전된 것으로 파악했다.
한전은 아파트 측과 함께 긴급 복구에 나서 약 4시간 만에 전기 공급을 재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 일대 2천600가구가 약 4분간 정전을 겪었다.
까마귀가 옥외 변전소에 들어가 변압기를 건드리면서 전기 공급이 차단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조류로 인한 정전 건수(5분 이상)는 총 33건이다.
2017년에는 30건이 발생했고 2016년에는 22건의 정전 사고가 있었다.
정전을 유발하는 조류는 까마귀, 부엉이, 두루미 등으로 다양하지만, 80%가 까치라고 한전은 설명했다.
까치는 뱀 등 천적을 피하기 위해 나무나 전신주같이 높은 곳에 집을 짓는 습성이 있다.

조류로 인한 정전은 전체 정전 건수의 4∼5%로 파악되고 있다.
한전은 2000년부터 까치집 등 조류로 인한 정전을 예방하기 위해 전문 수렵기관에 포획을 위탁하고 있다.
전국에서 500여명의 포획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한전은 이들이 까치를 잡을 때마다 1마리당 6천원을 지급한다.
지난해에만 24만4천 마리가 포획됐다. 한전이 지급한 포획포상금은 14억2천300만원에 이른다.
코레일도 3∼5월 까치집 퇴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코레일이 전국적으로 제거한 까치집은 7천68개다. 올해도 이미 2천152개를 없앴다. 2014년부터 5년간 3만4천여개의 까치집을 제거했다.
한전 관계자는 "까치는 영리하고 번식력이 좋아 완벽한 퇴치는 어렵다"며 "전신주 위 까치둥지를 발견하면 국번 없이 123번으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logo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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