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파 스코어 55명…잠잠해진 바람도 버디 사냥 도우미
(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그린이 워낙 부드러워서 핀 보고 막 쐈죠"
31일 제주 서귀포시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 스카이·오션 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선두권에 오른 선수들은 입을 모아 '공격적 플레이'를 외쳤다.
버디 8개를 몰아쳐 7언더파 65타를 쳐 공동선두에 오른 김지영(23)은 "버디 8개가 모두 홀에서 5m 이내 거리에서 나왔다"면서 "그린이 잘 받아준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핀을 바로 보고 때리는 공격적인 샷을 구사했다"고 말했다.
버디 7개를 골라내며 김지영과 함께 공동선두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하민송(23) 역시 "핀 위치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린이 튀지 않아서 경기가 쉽게 풀렸다"면서 "버디 퍼트든 파퍼트든 다 쏙쏙 빨려 들어간 퍼트가 수훈갑"이라고 밝혔다.
공동선두에 1타차 뒤진 공동 3위(6언더파 66타)에 오른 신인 이소미(20)도 "그린이 워낙 물러서 핀을 바로 보고 때려도 큰 문제가 없었다"면서 "후반에는 퍼트 감각이 살아나면서 타수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소미는 10번홀(파4) 샷 이글을 포함해 후반 9개홀에서만 6타를 줄였다.
이날 롯데 스카이힐 제주 컨트리클럽 스카이·오션 코스 그린은 부드럽고 무거웠다.
대회를 앞두고 제주 지역에 폭우가 내린 데다 이날 새벽부터 비가 내리면서 그린은 한층 더 말랑해졌다.
그린 스피드는 경기 시작 전에 스팀프미터로 3.2m로 측정됐으나 선수들은 "체감상 3m도 안 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느리고 부드러운 그린은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에게 유리하다. 또 그날 퍼트 감각이 좋은 선수는 쉽게 타수를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이날은 제주 특유의 바람도 잠잠했다.
지난 4월 같은 코스에서 치른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 1라운드에서 언더파 스코어를 적어낸 선수가 39명이었지만 이날은 55명에 이르렀다.
버디를 5개 이상 뽑아낸 선수가 8명이다.
그러나 느린 그린이 모두에게 반가웠던 건 아니다.
최근 두차례 대회에서 3.6∼3.7m의 빠른 그린에서 경기를 치렀던 선수들에게는 느린 그린이 경기력에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한 선수는 "너무 판이한 그린 컨디션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울상을 지었다.
US여자오픈을 포기하고 이 대회에 출전한 상금랭킹 1위 최혜진(20)은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골라내며 3언더파 69타를 친 뒤 "퍼트가 아주 아쉬웠다"고 말했다. 최혜진은 이날 그린 미스는 단 두번 뿐이었지만 퍼트는 31개였다.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비가 많이 내린 상황에서 그린 스피드를 더 높이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면서 "느린 그린은 변별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내일은 그린 스피드를 3.4m로 높이고 최종 라운드는 더 빠르게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h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