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사흘 동안 정교회 나라 루마니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 사흘 동안 정교회 나라 루마니아 방문
종교 간 화해 도모…공산치하에서 순교한 주교 7명 시복식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흘 동안 정교회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동유럽의 루마니아를 방문해 가톨릭과 정교회 간 화합을 도모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1일 오전(현지시간) 전세기 편으로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을 떠나 루마니아로 향했다.
교황은 출발 전 트위터를 통해 "루마니아 정교회 형제들, 가톨릭 신자들과 함께 걷기 위해 한 명의 순례자로서 루마니아에 갈 것"이라며 "저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밝혔다.


교황은 지난 4∼7일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를 순방한 데 이어 1개월 새 정교회 신자가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3번째 국가를 찾게 됐다.
기독교는 1054년 교황의 수장권 인정을 두고 벌어진 '대분열'(Great Schism) 사건으로 로마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로 갈라졌다.
두 종교는 최근에는 관계가 점차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갈등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루마니아가 유럽연합(EU) 의장국을 맡고 있는 시기와 맞물린 까닭에 교황은 이번 방문 기간에 최근 마무리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반(反)이민을 내세운 국수주의 정당들이 득세한 유럽의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교황은 첫 행선지인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는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 비오리카 던칠러 총리 등 루마니아 정치지도자들을 만난다.
교황은 곧이어 루마니아 정교회의 수장인 다니엘 총대주교와 환담하고, 현지 정교회 대성당에서 함께 기도한다.
교황은 오는 6월 1일에는 가톨릭을 믿는 헝가리계 소수민족이 다수 거주하는 중서부 트란실바니아 지역에 위치한 성모마리아 성지에서 미사를 집전한다. 이 미사에는 헝가리 대통령을 포함해 수 만 명의 가톨릭 신자가 참석할 것이라고 교황청은 밝혔다.
교황은 2일에는 블라지로 이동해 루마니아의 공산 치하에서 핍박받다가 순교한 7명의 그리스 가톨릭 주교들의 시복식을 진행한다.
인구 2천만 명의 루마니아에서는 가톨릭 신자는 전체의 약 7%에 불과한 가운데, 가톨릭도 로마 가톨릭과 그리스 가톨릭으로 갈라져 있다.
교황은 2박 3일의 일정을 마치고 로마로 돌아오기 전에는 루마니아를 비롯해 유럽 곳곳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집시 공동체의 구성원을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1999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역대 교황 중에서는 두 번째로 루마니아를 방문하는 것이다.
요한 바오로 2세가 20년 전 루마니아를 찾았을 당시 루마니아 국민은 공산주의를 무너뜨리는 데 기여한 폴란드 출신의 교황을 이례적으로 뜨겁게 환영한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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