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이민 저지 도와야 하지만 인권 존중해야"…새 북미무역협정 비준 계속 추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이민을 이유로 6월 10일부터 모든 멕시코산 수입품에 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은 신중하게 대응하면서 국민적 단결을 호소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멕시코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강압적인 관세 위협에 필사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대신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텔레비사 방송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이민정책에 있어 책임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미국 국경에 도달하려고 멕시코를 경유하는 중미 이민자들의 이동을 막기 위한 새로운 조치에 대한 약속을 하지 않았다.
멕시코는 올해 들어 남부 치아파스와 오악사카 주를 여행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에 대한 단속을 한층 강화했다.
멕시코는 올해 수천 명의 중미 이민자를 추방했다. 멕시코의 엄격해진 이민정책 탓에 수천 명의 이민자가 멕시코를 합법적으로 여행할 수 있는 허가를 얻으려고 장기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암로는 "그들(중미 이민자들)이 미국에 불법적으로 입국하지 않도록 도와야 하지만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권위주의적이어서는 안된다. 그들은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암로는 작년 12월 취임 이후 미국에 멕시코 남부 지역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중미 지역에 대한 투자를 늘려달라고 요구해왔다.
투자를 통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치안을 개선하는 것만이 중미 이민자들이 실업과 폭력 등을 피해 고국을 떠나는 현상을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암로의 이런 중장기 이민 해결책은 내년 재선 도전을 염두에 둔 트럼프 대통령이 선동적인 위협으로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잠재적 단기 이익과 충돌하고 있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암로는 도전에 맞서기 위해 전 국민의 단결을 호소했다.
그는 관세 위협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며 멕시코 국민은 정부 뒤에서 하나로 뭉쳐달라고 강조했다.
국제무역분쟁기구 제소 가능성을 묻는 말에 그는 "이것은 단지 법적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미국 정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전날 의회의 비준 절차를 개시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대해서는 "시작된 과정을 멈출 수 없다.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암로는 이날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외교부 장관을 미국 워싱턴으로 급히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민 '위기'가 계속되면 7월 1일부터 관세를 10%로 인상하고,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 수를 극적으로 줄이거나 없애는 조치에 나서지 않으면 8월 1일부터 15%, 9월 1일부터 20%, 10월 1일부터 25%로 관세율을 점차 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멕시코가 1년 안에 양국 간 국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멕시코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자동차에 국한하지 않고 멕시코산 제품 전체에 대한 관세를 경고했다.
멕시코는 유럽연합(EU), 중국과 함께 미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로, 토마토 등 농산물부터 자동차, 카펫까지 다양한 상품을 수출한다.
전체 수출 중 미국으로 향하는 비중이 80%를 차지한다.
지난해 멕시코의 대미 수출은 3천465억 달러(약 412조6천억원)에 달한다.
멕시코 금융시장은 출렁거렸다. 이날 오전 멕시코 페소 가치는 미국 달러화 대비 3% 이상 하락했다. 주식시장도 장초반 2% 빠졌다.
멕시코의 방코 바세는 미국이 멕시코산 수입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면 멕시코 수출 증가율을 2.85%포인트 떨어뜨릴 수 있다며 전체적인 경제성장률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페소화 가치 약세로 수출증가율 하락에 따른 영향이 어느 정도 상쇄될 것으로 내다봤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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