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회·가톨릭 교회 모두 찾아…교회 간 화합, 이민 지지 메시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흘 동안 정교회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동유럽 국가 루마니아를 방문하기 위해 31일(현지시간) 수도 부쿠레슈티에 도착했다.
AFP,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전세기 편으로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을 떠나 부쿠레슈티에 도착한 교황은 공항에서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공항에 몰려든 군중들은 환호하며 루마니아 국기를 흔들었다.
교황이 요하니스 대통령과의 면담을 위해 대통령궁으로 이동하는 중에도 수천 명의 시민이 도로 양편에 줄지어 서서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교황은 요하니스 대통령, 비오리카 던칠러 총리 등 현지 정치지도자들과 만난 뒤 TV 생중계로 루마니아인들을 향해 연설했다.
교황은 연설에서 "이민 간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자신들의 힘든 노동으로 조국에 남은 가족들을 도운 루마니아의 아들과 딸들에게 존경을 표한다"며 해외로 떠난 수백만 명 루마니아인들의 노고를 위로했다.
루마니아가 2007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한 뒤 2천만명 인구의 약 16%가 돈벌이를 위해 다른 EU 국가들로 이주했다.
교황은 뒤이어 루마니아 정교회 수장인 다니엘 총대주교와 만나 정교회 사원에서 함께 주기도문을 암송하며 가톨릭과 정교회 간 화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그리곤 부쿠레슈티의 가톨릭 성당인 성요셉 사원에서 수만명의 신자들을 상대로 미사를 집전하면서 방문 첫날 일정을 마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문 이튿날인 6월 1일에는 가톨릭을 믿는 헝가리계 소수민족이 다수 거주하는 중서부 트란실바니아 지역에 위치한 성모마리아 성지에서 미사를 집전한다.
이 미사에는 헝가리 대통령을 포함해 수만명의 가톨릭 신자가 참석할 것이라고 교황청은 밝혔다.
교황은 2일에는 블라지로 이동해 사회주의 시절 루마니아에서 핍박받다가 순교한 7명의 그리스 가톨릭 주교들의 시복식을 진행한다.
교황은 사흘간의 루마니아 방문 기간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빈곤과 이민 문제, 종교 간 화합 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은 이달 4∼7일 불가리아와 북마케도니아를 순방한 데 이어 1개월 새 정교회 신자가 국민 다수를 차지하는 세번째 국가인 루마니아를 찾았다.
기독교는 1054년 교황의 수위권 인정을 두고 벌어진 '대분열'(Great Schism) 사건으로 로마 가톨릭과 동방 정교회로 갈라졌다.
두 종교는 최근에는 관계가 점차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갈등이 상존하는 상황이다.
루마니아에서는 가톨릭 신자가 전체 인구의 약 7%에 불과하며, 가톨릭도 로마 가톨릭과 그리스 가톨릭으로 갈라져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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