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성 장애 장지용씨가 밝힌 장애인 학폭피해 심각성
전문가 "장애학생 괴롭힘, 피해 노출 많지만 잘 발견 안돼"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려요. 나를 주동적으로 괴롭히던 학생이 재작년에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공황 상태에 빠질 정도였어요."
자폐성 장애 3급인 장지용(29)씨는 최근 장애인 문제를 주로 다루는 한 대안 언론매체 기고문에서 자신이 학교폭력 피해자였음을 밝혔다.
그는 최근 몇몇 연예인의 학교폭력 전력이 불거져 논란이 된 일을 계기로 자신이 과거 장애 학생으로서 겪은 학교폭력 피해 후유증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어 글을 썼다.
장씨는 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장애를 학교폭력의 구실로 삼은 적이 많았다"며 "자폐성 장애를 다룬 영화 대사를 내 앞에서 따라 하거나 장애인 비하 욕설은 물론 장애인의 날(4월 20일)엔 '생일 축하한다'라는 모욕도 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자신의 장애를 인식하지 못했던 그는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다녔다. 그러나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중학생 때부터 이런 괴롭힘에 시달렸다. 또래들에게 맞아 다리를 깁스했더니 "정말 장애인이 됐다"는 놀림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나마 고교 진학 과정에서 그를 괴롭히던 학생 상당수와 다른 학교에 갔고, 진학 후 우수한 성적도 받으면서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트라우마는 남아있다.
장씨는 "요즘도 가끔 '오늘 학교 안 가고 싶다' 같은 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며 "나를 주동적으로 괴롭히던 학생이 갔다는 대학은 보기도 싫을 정도"라고 털어놨다.
그는 자신이 지금도 이런 후유증을 겪는다는 점에서 최근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연예인들이 방송 등에서 퇴출당하는 상황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과 같은 장애 학생을 상대로 한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별로 알려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장씨는 "성인 자폐인 모임을 만들어 활동했는데 상당수가 학교폭력 피해자였다"며 장애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은 늘었다면 늘었지 줄지는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폭력에 노출된 경험이 있거나 인권침해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지속적 관심이 요구되는 장애 학생은 지난해에만 4천393명이었다.
지난 4월 제주에서는 학교 선배와 동급생들이 경계성 지능 장애를 가진 중학생에게 휴대전화에 송금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게 한 뒤 15차례에 걸쳐 2천200만원이 넘는 돈을 뜯어냈다가 무더기로 경찰에 입건되는 일이 있었다.
앞서 올해 1월 경기 안양에서도 지적장애 3급 중학생을 상습 폭행하고 술과 담배 심부름을 시킨 또래 학생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장애 학생 대상 학교폭력 사건은 피해자 진술이 제대로 인정되지 않거나 사안 자체가 알려지지조차 않아 가해자가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학교폭력사건을 주로 맡아 온 노윤호 변호사는 "초·중·고교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 전체 학생 대비 학교폭력 피해 학생 비율은 1∼2% 정도인데, 장애 학생의 경우 비중이 36%나 될 정도로 피해 노출이 많이 돼 있다"면서도 "장애 학생에 대한 괴롭힘은 일반 학교폭력보다 잘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노 변호사는 "제도적으로는 피해자가 장애 학생인 경우 반드시 가해자 징계를 가중해야 한다"며 "장애 학생을 괴롭힐 때 교사 등 어른들이 조기에 개입하고, 또래 학생들이 목격자가 돼 주는 교실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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