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기 회복한다지만…한은도 성장률 전망치 내리나

입력 2019-06-02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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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기 회복한다지만…한은도 성장률 전망치 내리나
4월 전망때 무역협상 타결가능성 높게 봤는데 지금은 '갈등 격화'
민간기관·연구소도 줄줄이 하향조정…이주열 "상황 좀 더 봐야"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이지헌 정수연 기자 =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국제기구나 주요 연구기관들이 줄줄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가운데 한국은행도 2.5%로 제시했던 전망치를 석 달 만에 다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한국은행과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은은 내달 중순 경제전망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미중 무역전쟁 격화 이슈를 성장률을 낮출 수 있는 요인(하방 리스크)에 추가로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은은 지난 4월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면서 미중 무역갈등 이슈를 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요인(상방 리스크)으로 고려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단기간 내 타결돼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많이 나오던 시기였다.
그러나 지난달 들어 협상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오히려 관세 등을 무기로 한 무역전쟁 양상으로 비화하면서 단시일 내 사태 해결을 낙관하는 목소리는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당초에는 타결이 낙관시됐던 무역분쟁이 5월 들어 다시 악화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지난번 봤던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관세 문제에 그치지 않고 특정 기업에 대한 제재라든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 가능성 시사 등의 상황으로 자꾸 전개되는 것을 보면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금융통화위원회도 같은날 회의 직후 낸 의결문에서 "소비가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수출과 설비투자도 하반기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4월 (발표한) 전망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혀, 하방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국내 일부 업종은 단기적으로 반사 이익을 얻을 개연성이 있지만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수출과 투자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지난달 29일 낸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하향조정하면서 "미중 간 부분적 타결에 이르기까지 한 달 이상의 교착상태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실질 수출에 부정적 파급효과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앞서 4월 전망에서 올해 상품수출이 전년 대비 2.7%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마저도 낙관적인 상황을 전제한 수치라는 판단이 많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22일 낸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반년 만에 2.6%에서 2.4%로 낮추면서 상품수출 증가율이 1.1%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 등을 고려할 때 한은도 7월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성장률 전망을 또다시 낮추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은은 앞서 4월 전망 보고서에서 성장률 전망을 2.6%에서 2.5%로 0.1%포인트 낮춘 바 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2.7%로 제시했던 정부가 이달말 내놓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얼마나 하향 조정할지도 관심사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분기 들어 산업활동 지표가 괜찮게 나왔지만 무역분쟁 이슈를 고려할 때 한은도 올해 성장률을 0.1%포인트가량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무역전쟁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것과 관련해 성장률 하향조정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실제 경제전망을 수정하기까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31일 회견에서 성장률 전망 하향조정 가능성에 대해 "경기를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있지만 이는 (무역분쟁 등) 불확실성 요인이 상당히 악화하는 견해를 전제로 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 달 내 상황이 어느 정도로 바뀔지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보고 전망을 판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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