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을 알려라" 영국에서 빛난 '아미'의 조직력

입력 2019-06-01 17:00  

"방탄소년단을 알려라" 영국에서 빛난 '아미'의 조직력
자발적으로 질서유지하고 한국문화 체험
"BTS, 폭력·섹스 언급하는 영미권 음악과 달라 감동적"

(런던=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자국 음악에 대한 콧대가 높은 영국에서 뜨거운 환영을 받은 배경에는 팬클럽 아미(ARMY)의 열성적인 노력이 자리한다.
영국 팬들은 일찌감치 '방탄소년단 웸블리 안내서'를 만들어 온라인에 배포하면서 질서유지를 당부하는 등 성숙한 팬 문화를 보여줬다.
최고의 가수만 서는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 사랑하는 스타가 서게 된 만큼, 팬들이 최고의 공연을 함께 만들어 나가겠다는 취지에서다.
16쪽 분량 안내서를 보면 무대에 돌발적으로 선물을 던져선 안 되며, 공연 전날 웸블리 스타디움 주변에서 캠핑이나 노숙도 금지했다. 멤버들의 사생활을 존중하기 위해 입국 공항 마중도 자제하자고 뜻을 모았다. 공연장 안팎에서 가짜 티켓을 파는 사기꾼을 조심하라는 점, 14세 미만은 어른과 동행해야 한다는 점도 깨알같이 적었다.


유럽 각지에서 몰려든 팬들이 콘서트 전에 즐길만한 콘텐츠도 곳곳에 배치했다. 모두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관여하지 않은 자발적인 행사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후에는 런던 시내 한국식 노래방에서 파티를 열었으며 31일에는 버스를 대여해 런던 투어를 했다. 런던 시내의 한국 음식점에서 비빔밥을 먹고 한국 화장품 가게를 찾는 등 사랑하는 스타의 고향 문화를 체험하는 자리였다.
콘서트 당일인 1일 낮에는 찻집을 통째로 빌려 '정모'를 벌인다. 차 메뉴는 '김석진'(방탄소년단 멤버 진의 본명), '퍼플 유'(방탄소년단의 상징색), '호프 월드'(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의 별칭) 등으로 정해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음료 판매 수익은 방탄소년단이 홍보대사로 있는 유니세프에 기부하기로 했다. 유럽 아미들의 관심이 어찌나 뜨거웠는지, 일일 찻집에 참석하고 싶다는 온라인 문의만 1천500건이 넘었다고 한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애슐리 해크워스(29)는 재능기부 형태로 모든 진행을 도맡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학업 때문에 영국에 정착했으며, 1년 전 K팝 아카데미를 수강하며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방탄소년단이 멋진 공연을 펼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 아미들과 올해 초부터 의견을 모아 안내문을 만들고 행사를 조직했다"며 "지난 몇 달간 계획을 짜느라 매일 서너 시간 밖에 못 잤지만 조금도 힘들지 않다. 오히려 뿌듯하다"고 말했다.
무엇이 언어장벽을 넘어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널리 퍼뜨렸냐는 질문에는 "미국이나 영국 힙합에는 돈, 마약, 섹스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다르다. 기존 음악산업에서 논의되지 않던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가 감동을 준다"고 힘줘 답했다.

cla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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