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미리 본 고령사회 해법…정년 연장·폐지 아닌 대안은

입력 2019-06-02 06:01  

일본서 미리 본 고령사회 해법…정년 연장·폐지 아닌 대안은
한국 임금유연성 낮아 정년연장 어려움…재고용·봉사연계 고려해야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한국에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 인력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단연 빠른 고령화 속도와 노동시장 특수성 때문에 선례로 삼을 국가는 많지 않지만, 일본과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사례를 들여다보면 활발한 재고용을 촉진하고 복지와 연계한 고용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31인 이상 기업 15만6천989곳 가운데 65세까지 고용 확보를 위한 조치를 한 기업은 15만6천607곳(99.8%·2018년 기준)에 달했다.
66세 이상 일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춘 기업은 총 4만3천259곳(27.6%), 70세 이상 일할 수 있는 기업은 4만515곳(25.8%)으로 집계됐다.
거의 모든 일본 기업이 고령자 고용에 나서게 된 배경에는 2013년 도입된 고령자 고용안정 개정법이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모든 기업은 정년 연장과 정년 폐지, 계속 고용제 도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노동자가 희망하면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정년 폐지는 해외 선진국에서도 의무 도입한 제도다.
영국은 2011년에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년을 폐지했다.
미국은 이보다 훨씬 이전인 1986년에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 상한 연령을 폐지하면서 정년제도를 없앴다.
다만 이들 영미권 국가는 고용상황이 한국이나 일본과는 상이하다.
미국은 기업이 언제든지 사유를 불문하고 사전통지 없이 고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임의고용 원칙이 통용되는 국가다.
영국 역시 1980년대 이후로 성과주의 임금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임금 유연성 덕에 고령자 고용이 기업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박혀있어, 정년 폐지는 선뜻 택하기 부담스러운 선택지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기준 정년제를 폐지한 기업은 4천113곳으로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정년 연장 역시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정년 연장을 택하면 종전과 같은 임금 및 노동조건으로 65세까지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2006년 65세를 정년에 해당하는 '기본 퇴직연령'으로 정했지만, 이미 1971년부터 노동시장에서 관행적으로 65세에 퇴직하던 것을 명문화하는 수준이었다.
일본에서 65세로 정년을 연장한 기업은 전체의 16.1%에 해당하는 2만5천217곳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았다.
후생노동성 역시 모든 노동자를 65세까지 고용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은 것도 기업 부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재직기간과 임금의 연관성이 가장 큰 국가로 꼽혀 정년 연장이 쉽지 않아 보인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재직기간이 10년에서 20년으로 늘어날 때 임금이 13.4%(2012년 기준) 늘었다.
일본의 경우 11.3% 수준이었고 OECD 평균은 6.1%에 그쳤다. 네덜란드와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국가는 임금 증가 폭이 2%대에 그쳤다.
남은 선택지는 일본식 표현으로 '계속 고용'이라고 하는 재고용이다.
일본 기업은 법 준수를 위해 노동자가 55세에 도달했을 때 동일한 임금 수준으로 60세에 정년퇴직하거나 낮은 임금으로 65세까지 계속 일을 하도록 선택지를 제시하고 있다.
재고용 시 파트타임 고용도 가능하고 임금이나 처우도 조정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을 덜 수 있다.
일본은 고용 가능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늘리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현재는 65세 이상 고령자를 고용하는 기업에는 정부가 촉진 장려금을 지원하지만, 앞으로는 개정법의 내용을 확대해 70세까지 고용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원래 다니던 기업에서 재고용하는 것 외에도 파견근로자 형식으로 민간에 재취업하도록 돕는 것도 방안이다.
일본은 실버인재센터를 두고 지역 공동체의 단기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공공일자리 사업이 국가가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라면, 실버인재센터는 플랫폼만 제공하고 민간으로의 파견에 방점을 두고 있다.
2014년 실버인재센터가 민간에서 사업을 수주한 비율은 69%이며, 공공단체 수주는 절반 수준인 31%에 그쳤다.
센터의 사업영역도 아동 돌보기나 등하교 지원부터 배달, 건물관리, 지역특산물 제조, 대필, 운전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복지와 노인 고용문제를 연계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저소득층 노인 고용과 아동 돌봄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양조부모 프로그램(FGP)은 55세 이상 무직 저소득층 고령자를 대상으로 학습장애가 있는 유치원생 지원과 입원 아동 양육 지원, 10대 미혼모 및 신생아 돌봄 기회를 제공하고 수당과 활동비를 제공한다.
가구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200% 이하인 경우에만 수당이 지급되며, 그 이상인 경우에는 봉사활동으로 전환된다.
유사한 프로그램으로는 5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이 알츠하이머, 당뇨병 노인 환자를 돌보면 수당을 지원하는 노인 동료 프로그램(SCP)이 운영 중이다.
해외 각국의 노인 일자리 프로그램은 직업훈련이 수반된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네덜란드의 경우 직업 교육과 구직 알선을 제공하고 있으며, 독일도 50세 이상에 대해 기술 훈련과 인턴십 기회를 주고 있다.
캐나다는 55세 이상 실업자에게 이력서 작성부터 인터뷰 기술까지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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