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갈등방지 다짐한 한일 국방장관회담, 양국관계 전환점 되길

입력 2019-06-02 10:45  

[연합시론] 갈등방지 다짐한 한일 국방장관회담, 양국관계 전환점 되길

(서울=연합뉴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일본 방위상이 8개월 만에 만나 안보 분야 교류 정상화에 관해 회담했다. 아시아안보 문제를 광범위하게 논의하는 일명 샹그릴라대화가 열린 지난 1일 싱가포르에서다. 지난해 10월 제주 관함식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일본 자위대 호위함 욱일기 게양 문제가 불거지고, 12월엔 '초계기 위협비행-레이더 비추기' 논란이 일어난 뒤 한국과 일본의 안보 협력 관계는 매우 나빠졌다. 그런 점에서 양국 국방장관의 만남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작지 않다. 두 장관의 만남은 안보 협력과 교류를 정상화하겠다는 한일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한다. 상호 발전을 위해 대립과 갈등보다 협력과 이해가 절실한 이웃 나라로서 바람직한 조치였다고 평가한다.

두 장관은 초계기-레이더 문제에 관해서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정 장관은 우리 함정이 일본 초계기에 추적 레이더를 조사하지 않았으며, 일본 초계기의 위협 비행이 당시 사태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이와야 방위상은 한국 군함이 자국 초계기에 레이더를 겨냥했으며, 초계기가 한국 함정에 위협 비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두 나라가 초계기-레이더 논란에 대해, 속 시원히 오해의 여지를 없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이런 문제는 사실관계 규명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다. 두 장관은 앞으로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관계를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말로 그칠 게 아니라 약속을 지키려는 성실한 노력과 행동을 촉구한다. 양국 관계가 악화하고 국민 감정이 예민해 있는 만큼 군사 분야에서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신경전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한일 국방 당국이 상황 관리를 빈틈없이 해주기 바란다.

지금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가 크다. 일본은 세계무역기구(WTO)의 후쿠시마(福島)산 수산물 수입금지 분쟁 판결에서 진 뒤 한국산 수산물을 겨냥해 보복 움직임마저 보인다. 화해치유재단 해산,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일본의 군사 대국화 움직임 등이 얽혀 관계 개선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한 느낌을 줄 정도다. 예전에는 역사 문제를 경제와 분리하는 이른바 투트랙 접근으로 과거사가 현재의 경제, 협력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두 나라가 암묵적으로 노력했다. 요즘은 그런 노력은커녕 과거사로 인해 생긴 양국 국민의 불만과 불안을 오히려 악용하는 현상마저 생겼다. 두 나라 국민의 혐한, 혐일 감정을 자극해 현실 정치에서 득을 보려는 정치인들이 대표적이다. 정치인들의 근시안적 행태는 과거사를 딛고 건강하게 발전해야 할 한일 관계를 더 꼬이게 한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일 국방장관의 샹그릴라 만남이 양국 관계 개선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말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나 관계 개선을 논의할 수 있길 바란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일본은 공존과 협력을 위한 논의조차 피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본의 긍정적인 자세를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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