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정 파기·조기총선으로 이어져 메르켈 중도하차 가능성도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유럽의회 선거 이후 독일 대연정에 불안감이 짙게 깔리고 있다.
대연정 소수파인 사회민주당의 안드레아 날레스 대표가 선거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2일 사퇴를 발표하면서 독일 정가가 소용돌이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지난해 10월 말 기독민주당 대표직 사퇴를 발표하는 강수를 둔 이후 다소 안정을 찾던 대연정이 다시 흔들리는 것이다.
날레스 대표는 지난달 26일 독일의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부터 당내에서 사퇴 압박을 받았다.
중도좌파인 사민당은 15.8%의 득표율에 그쳐 5년 전 선거보다 11.5%포인트나 하락했다.
날레스 대표는 지난해 4월 취임 후 당의 재건을 약속했으나, 바이에른주(州) 등 지방의회 선거에서 잇따라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입지가 축소돼왔다.
더구나 유럽의회 선거 당일 함께 치러진 브레멘주(州) 선거에서도 사민당은 제1당 자리를 73년 만에 내주며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이에 당내 좌파와 대연정에 부정적인 세력은 당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날레스 대표의 사퇴로 메르켈 총리가 상당히 난감할 것으로 보인다. 날레스 대표는 대연정 유지를 주장해왔다.
가뜩이나 대연정 다수파인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도 사민당과 마찬가지로 유럽의회 선거에서 부진해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기민당의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대표는 메르켈 총리의 유력한 총리 후계자로 꼽혀왔으나, 선거 후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로부터 차기 총리로 부적합하다는 반응을 받았다.
날레스 대표의 후임이 누구냐에 따라 대연정의 유지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민당 내부에서는 대연정에 부정적인 좌파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민당 주류 역시 현 대연정을 유지하되, 대연정의 개혁을 요구하며 기민·기사와의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사민당의 주요 인사인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은 날레스 대표의 사퇴 직전 이뤄진 일간 타게스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총선 이후 다시 대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했다.
그는 "2021년 이후 누구도 대연정이 지속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라며 "사민당은 확실히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대연정의 유지는 올해 말 사민당의 전당대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민당은 전당대회에서 대연정에 대해 중간투표를 한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대연정 파기 및 조기총선으로 이어져 메르켈 총리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사민당이 당세가 위축된 상황에서 조기총선에 나서기보다 대연정을 유지하면서 당 재건을 위한 시간을 벌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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