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북한과의 대화 관련 질문에 답 안하겠다"
'독재자와 계속 좋은 관계 가질건가' 美 조야서 협상 회의론 고개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당국자들이 북한의 '김혁철 처형설' 등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확인 중',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답을 내놓고 있다.
북미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대화 유지 원칙을 재확인하고 신중한 반응을 보이며 이후 비핵화 협상 재개의 향배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극도로 예민한 정보사안인만큼 당국의 판단에 대한 섣부른 언급 대신 일단 '함구모드'를 유지하며 '상황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으로도 보인다.
그러나 워싱턴 조야에서는 북한 내부의 상황 변수로 인해 협상 라인업의 틀이 짜지는데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려 북미 간 교착이 장기화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고개를 든다.
협상에 깊숙이 관여한 핵심 인사들에 대한 '숙청설'과 맞물려 대북 협상에 대한 회의론과 강경 대응론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일(현지시간)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 방송에서조차도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을 인터뷰하면서 '잔혹한 독재자와 계속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이 좋은 일이냐'는 취지의 '추궁'이 이뤄지기도 했다.
앞서 일부 국내 언론은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물어 실무협상 북측 대표였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외무성 실무자들을 처형했으며, 대미 협상을 총괄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도 강제 노역 등 혁명화 조치를 당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유럽을 순방 중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스위스에서 이그나지오 카시스 외교장관과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과 관련해 미국쪽에서 김혁철, 김영철과 마지막으로 접촉한 게 언제인가. 현재 (미국의) 북한 측 대화상대는 누구인 것으로 인지하는가. 북미 간 직접 접촉은 언제가 마지막이었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북한과의 대화에 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고 차단막을 쳤다.
이어 "우리는 우리의 협상을 비공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인 억류자들 석방에 관한 대화의 경우도 (비공개 협상을 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지난달 31일 독일 방문 중에 관련 보도에 대한 질문에 "해당 보도를 봤다. 사실 확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늘은 이 외에 더 보탤 것이 없다"고만 했다. 같은 날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정보 사항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으며 우리의 궁극적 목표, 비핵화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대화)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했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1일 '김혁철 처형설'에 대해 "모른다"고 말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도 2일 샹그릴라 대화 참석 후 방한 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혁철 처형설' 보도와 관련해 취재진 질문을 받고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도 이날 폭스뉴스 방송 '폭스뉴스 선데이'에 출연, "나는 우리가 그것(관련 보도)을 아직 확인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리고 나는 우리가 관련 문제에 대해 갖고 있을 수도,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는 기밀 정보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언급을 자제했다.
특히 멀베이니 대행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의 진행자 크리스 월리스의 계속되는 '송곳 질문'에 진땀을 빼며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윌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보내온 친서들을 자랑하며 '우리는 사랑에 빠졌다'고 발언했던 동영상을 잠시 방영한 뒤 '관련 보도가 사실인가. 이 모든 걸 감안할 때 대통령은 아직도 김 위원장과 사랑에 빠져있는가'라는 따졌다.
멀베이니 대행이 "누군가와 좋은 업무 관계를 갖는 것이 어떻게 나쁜 일이 될 수 있는가"라고 '항변'하자 월리스는 '처형설' 보도와 연계시켜 "그가 잔혹한 독재자일지라도? 자기 나라의 주민 뿐 아니라 정권 내 인사들까지 죽이더라도?"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멀베이니 대행은 "당면한 북한 관련 핵심 이슈는 무엇인가"라고 자문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갖기를 원하지 않으며, 그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것(북한과의 관여)을 하는 이유"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전화를 걸고 편지를 쓰는 것, (해당 외국 정상이) 국내외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와 상관없이 외국 정상과 대화를 나누는 것, 그것이 어떻게 나쁜 일이냐. 우리는 그것이 대화의 진전을 돕는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와 좋은 업무 관계를 갖는 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반복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처형설'에 대한 미 당국의 판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저 이 논의를 위해 관련 보도가 사실이라고 가정하자"고 전제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처형설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북한 비핵화를 위해 압박과 함께 관여를 병행하는 현재의 대북 기조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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